지방 병원을 중심으로 응급실 진료 중단이 현실화 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내 대형병원도 응급실 문을 닫는 ‘셧다운’은 없을 것이라지만,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초래된 인력 부족이 해소되지 않아 응급실 진료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응급실 붕괴론’은 과장된 위기라고 반박하는 가운데 의대교수들은 많은 응급실이 이미 정상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지역병원 3곳 응급실 운영 중단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원대병원, 세종 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등이 야간과 주말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강원대병원과 세종 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고, 건국대 충주병원도 인력 부족으로 야간∙휴일 응급실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에서 자체 파악한 결과, 이들 병원 외에도 순천향대 천안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여의도성모병원도 응급실 운영 중단 등을 검토 중이다.
전국 병원에서 응급실 진료제한은 이미 현실화 됐다.
서울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7곳 중 서울의료원을 제외한 6곳에서 일부 환자의 진료가 제한됐다. 서울대병원과 고려대안암병원은 각각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한양대병원은 수술이 필요한 중증외상 환자나 정형외과 환자, 정신과 입원 환자 등을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누적된 피로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잇따라 사직한 데다 ‘배후 진료’가 어려워지면서다. 배후진료란 응급실에 온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심장내과 또는 흉부외과 등 각 과목 전문의가 전문적인 치료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에선 지역의 응급의료 위기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지역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병원이 많은 서울이야 어떻게든 되겠지만 지방은 매우 어렵다”며 “정부가 응급실에서 경증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지방의 경증 환자들은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의대교수들 “응급실 붕괴 상황 아니라는 정부 발표 사실과 달라”
정부는 응급실 위기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붕괴론’ 수준에 이르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2일 전국 응급실 409곳(권역응급의료센터 44곳·지역응급의료센터 136곳·지역응급의료기관 229곳) 중 3곳(세종충남대병원, 강원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을 제외한 406곳이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지자체에 재난관리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응급진료를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응급실 운영이 일부 제한된 의료기관에 총 15명의 군의관을 4일 배치하고, 9일부터 8차로 파견될 약 235명의 군의관과 공보의를 위험기관 중심으로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역별로 응급∙후속 진료가 가능한 의료인력을 공유하고 순환당직제 대상 확대를 통해 지역 응급의료 수요를 적시에 해결하겠다”며 “오는 11∼25일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 주간으로 운영해 중증·응급환자 진료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정부 발표와 다르게 이미 많은 응급실은 정상적인 진료를 못 하고 있다”며 “1일 기준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개, 흉부대동맥 수술이 안 되는 곳은 16개,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개, 영유아 내시경이 안 되는 곳은 46개 대학병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붕괴의 책임자를 처벌하고 의대 증원을 중단하는 것이 사태 진정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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