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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함 손 댄 소년 안아준 스님… 한 사람의 삶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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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09 17:00:00 수정 : 2024-09-09 16: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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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참회 편지…현금 봉투 두고 가
현문 스님 "서로 이해하면 그걸로 충분"

27년 전 사찰에 보관하던 시주함에 손을 댔던 소년이 어른이 돼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손편지와 함께 현금을 두고 간 사연이 알려졌다.

 

9일 경남 양산 통도사 등에 따르면 통도사 자장암 관계자가 최근 시주함을 열다가 한 통의 손편지와 함께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를 발견했다.

양산 통도사 자장암 가는 길. 연합뉴스

비뚤빼뚤 서툰 글씨가 써져 있는 편지에는 “어린 시절 생각이 없었습니다. 27년 전에 여기 자장암에서 시주함을 들고 산으로 가서 통에서 돈을 빼갔습니다. 3만원 정도로 기억납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글쓴이는 “며칠 뒤 또 돈을 훔치러 갔는데 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아무말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셨습니다. 그날 아무 일도 없었고, 집으로 왔습니다”면서 “그날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한 적이 없습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편지 속에 27년 전 시주함에 손을 댄 소년의 어깨를 잡아준 스님이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고 지금은 자장암에 기거하는 현문 스님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현문 스님은 이 편지를 보고 “그때 그 시절에는 사회가 어려워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었다. 서로 이해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글쓴이를 용서해줬다고 한다.

 

자장암 관계자는 “시주함이 도난당하는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그럴 때마다 큰 스님은 ‘누군가가 필요해서 가져갔을 거다’면서 시주함에 편지를 써서 넣어 놓으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27년 만에 쓴 참회의 손 편지. 통도사 자장암 제공

편지 마지막에 적힌 문구를 보고는 현문 스님은 특히 더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편지에는 “곧 아기가 태어날 거 같은데 아기한테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그날 스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자장암 관계자는 “글쓴이도 편지에 적었지만 시주함에 든 돈을 훔쳐 갔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잠시 빌려간 것을 이제 갚으러 왔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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