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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장 실수로 날린 대학운동부 훈련비, 학교 자체 지원 ‘하세월’… 학부모·선수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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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10 18:51:17 수정 : 2024-09-11 0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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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장의 행정실수로 대학운동부의 하반기 예산이 ‘펑크’ 나면서 학생선수들의 전국대회 출전이 불투명해지는 등 피해를 입고 있으나 학교는 자체 지원 등 해결책 마련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내달 중순에 있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출전은 물론 자체 훈련도 사실상 선수단이 자비를 털어야 하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사태를 야기한 학과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대전지역 A대학교에 따르면 지난 4월 이 대학 스포츠건강관리학과장 B교수의 행정실수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학운동부 예산 3000만원을 놓쳤다.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학교측은 자체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하세월이다.

 

대학 운동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보다 못한 학부모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대학 측은 부족한 훈련비 등 예산을 11월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경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비롯, 굵직한 대회는 다음달 내 모두 마무리 된다. 선수단과 학부모들이 학교 측의 상황 해결 의지가 안보인다는 지적을 하는 이유이다.  

 

A대학운동부는 양궁·세팍타크로·씨름팀 3개가 운영되고 있다.

 

운동팀은 연간 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데, 학교에서 2600여만원, 대전시체육회 1500여만원,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3000여만원이다. 이 예산은 3개 운동팀이 나눠 1년의 훈련경비, 용품비, 대회참가비 등으로 활용한다. 

 

이 대학운동팀은 매년 대학스포츠협의회에서 예산 3000여만원을 지원받아왔으나 올해 대전지역에서 유일하게 A대학만 대학스포츠협의회 예산을 지원받지 못했다. 매년 4월초 지원금 신청을 받는데 신청권한이 있는 A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장 B 교수가 기한 내 서류접수를 안해 신청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 교수는 “해당 신청 건이 있는지 잘 몰랐다”며 “신청 기한이 지나고 이틀 후에 서류를 냈지만 평가에서 안된 거 같다”고 해명했다. 

 

대학스포츠협의회는 대학운동부 운영 환경 개선과 육성 장려를 위해 2014년부터 재정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4월초 학생선수 확보 및 역량, 지도자 역량, 사회적책임 등 세부 평가지표를 통해 대상 대학운동부를 선정, 3000만원∼2억원을 지원한다. 대학운동부가 있는 대전지역 다른 대학들은 올해 3000만∼6300만원의 지원금을 가져갔다.  

 

예산 펑크로 인해 운동팀은 소모품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훈련용품과 유니폼 등 교체는 물론 훈련비도 없어 대회 출전이나 개인 훈련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 

 

A대학 기획예산처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난달 초 세팍타크로팀은 100여만원, 씨름팀은 1300만원, 양궁팀은 760여만원정도 예산이 남은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대학운동팀이 전국체전 출전비까지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11월에 부족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팍타크로팀은 지난 7월부터 훈련비가 모두 떨어졌고, 양궁팀은 겨우 190만원 남은 상황이다.  B학과장의 잘못된 보고로 인한 안일한 판단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대학운동부의 한 감독은 “훈련비가 0원으로 대회 출전은 물론 훈련도 모두 중단한 상황”이라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대회 출전할 때마다 훈련용품을 새로 사야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운동팀의 한 감독은 “먹을 것은 물론 운동용품도 기존에 있던 거로 계속 쓰면서 대회 출전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건 쥐어짜 듯’ 예산을 줄여가며 겨우 대회에 출전해 선수들의 실적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 대학 양궁팀은 지난달 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운동부 한 선수의 학부모는 “아이한테 불이익이 갈까봐 말도 잘 못하고 있지만, 훈련비도 없어 힘든 상황에서 훈련하고 대회 출전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학교에서 이런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인 스포츠건강관리학과장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묻고 자체 지원을 빨리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학부모는 이어 “경기력 저하로 실적을 못내면 선수들은 대학 장학금이나 기숙사 혜택 등이 모두 사라지고 진로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하루빨리 학교 측에서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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