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측 ‘경영상 필요’
주식매입 지시 여부 핵심 쟁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57) 경영쇄신위원장이 첫 재판에서 “경영상 필요에 따른 정상적 주식 매입이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주장했다. 검찰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벌였다”며 카카오의 주식 매입이 ‘조직적 범행’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재판에선 김 위원장의 주식 매입 지시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카카오T 콜 몰아주기’,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등 기존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위원장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도 함께 재판에 출석했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 위원장은 수의 대신 양복 차림에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일반인 방청객은 원래 10명만 입장할 수 있었지만, 20여명이 재판 시작 1시간 전부터 줄을 서 이번 재판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16∼17일, 27∼28일 등 나흘간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유지하도록 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자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기홍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부사장)이 SM 인수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SM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SM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 장내매수, 블록딜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며 “하이브가 카카오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발표한 후에는 김 위원장도 장내매수를 통해 하이브와 대등한 지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투자팀은 여러 로펌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공개매수 기간 중 장내매수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결론을 얻었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적인 매수 행위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후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총 2400억원을 동원,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의 주도 하에 카카오 계열사들이 공모한 조직적 범행이라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 임원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SM엔터를 인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룹 임원들은 조직적으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등의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시세조종 목적의 장내매집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루어진 주식 매입을 검찰이 자본시장법상 시세 조정 행위로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시세조종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로 객관적 요건과 주관적 요건을 들어 설명했다.
객관적 요건과 관련해 변호인은 “2월28일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의 매수 주문은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SM엔터 주가는 이미 2월15일부터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상회했다”며 “이 기간 중 SM 주식에 대한 매수세는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주관적 요건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에게는 인위적 조작을 통해 시세를 형성 및 고정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당초 SM 인수 자체에 부정적이었고, 하이브와 경쟁하는 방식의 인수 방안에 일관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지난해 2월10일 카카오에 대한 적대적 입장을 발표한 후에야 지분 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 주식 매수와 관련해서도 변호인은 “김 위원장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주식 매수와 관련하여 공모는 물론이고 누구와도 상의한 사실이 없고, 당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 주식을 매입한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보더라도 김 위원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 주식 매수에 도대체 어떻게 관여하였다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특정이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 준비 기일을 10월8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 계열사에 관한 3건의 수사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T 블루콜 몰아주기 사건, 가상자산 ‘클레이(KLAY)’ 관련 의혹 등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어 향후 수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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