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어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상대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105억원을 투자했으나 전액 손실로 처리됐다. 미국프로야구(MLB) 월드 투어 방송권 등 확보에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본전도 못 챙겼다. 그로 인해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했는데도 MBC 관계사인 MBC 아트는 2022년 임직원 임금을 되레 인상했다. 또 대구MBC는 무려 200억원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출연했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복마전이 어디 있겠는가.
이처럼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최승호, 박성제 사장 임기 내내 MBC의 방만한 경영으로 큰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방문진은 손을 놓고 있었다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감사원이 방문진에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준 것은 지극히 타당한 조치라고 하겠다.
문제는 현 방문진 이사진 다수가 감사원의 경고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원래 8월13일 임기가 끝날 예정이던 권태선 이사장 등 6명의 후임자를 선임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권 이사장 등은 “2인 체제 방통위의 결정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이 본안 판결에 앞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권 이사장 등은 임기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방문진 임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감사원에서 뭐라고 하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만 믿고 지금처럼 버틸 가능성이 크다. 특정 진영에 편향된 보도를 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 온 MBC의 파행이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그간 특정 진영에 치우친 보도로 일관해 온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평가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방문진과 MBC는 현재 TBS(서울교통방송)가 처한 현실을 곱씹어 보기 바란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교통과 무관한 정치 방송으로 변질하며 편파 논란에 휩싸인 TBS는 최근 서울시의 지원금 지급 중단에 따라 민영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를 두고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방문진과 MBC는 TBS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방문진과 MBC 스스로 체질 개선을 할 의지가 없다면 민영화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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