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환자 단체도 넣길
일부 의사 패륜 발언에 엄정 대처를
오늘부터 사실상 추석 연휴에 돌입했다. 여느 추석과 달리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의·정 갈등이 8개월째 이어지며 전공의 등이 이탈한 전국 병원의 응급실 운영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국민은 연휴 기간 사고로 다치는 경우, 또 환자들은 몸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는 경우 응급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 우려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 정부 당국은 연휴가 끝날 때까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듯 어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응급의료 종합 상황 브리핑에 나섰다. 한 총리는 과거 추석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하루 평균 약 8000개의 당직 병의원이 연휴 기간 환자들을 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25일까지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해 한시적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고무적인 일이긴 하나 그렇다고 국민의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정부는 연휴 기간 철저한 현장 점검을 통해 행여라도 응급 환자 진료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휴 기간 환자들 곁을 지키기로 한 의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부는 앞서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하고 의료계의 동참을 설득하는 중이다. 그런데 어제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입장문에서 “(여·야·정이) 의료계 의견만 구하고 환자 단체 의견을 묻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의·정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환자들이란 점에서 백번 옳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여·야·정은 앞으로 꾸려질 협의체에 환자 단체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의료 대란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데 정작 의사와 의대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일부 글은 충격적이다.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 “진료받지 못해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이 쌓여야 의사에게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등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패륜 발언에 개탄을 금할 길 없다. 연휴에도 환자들 곁을 지키는 동료 의사들을 향해선 “응급실 대란이 진짜 왔으면 좋겠는데 부역자들이 추석 당직 설까 겁난다”고 했다니 이게 지성인이 할 소리인가. 글을 쓴 이들에게 의사 이전에 먼저 사람부터 될 것을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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