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서울시의회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수리·발의 등에 관해 제기된 무효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13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최수진)는 안모씨 등이 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했다. 시의회 의장이 주민 발안을 수리해 조례안을 발의한 게 원고의 권리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워 항고 소송의 대상인 처분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교원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앞서 김현기 전 시의회 의장은 서울시민 4만4000여명이 주민 발안으로 청구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수리, 해당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진보 시민단체와 시교육청 등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해왔다. 이들은 대신 학생인권조례에 학생의 책무성을 추가해 개정안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해 4월 시의회를 상대로 폐지안에 위법성이 있다며 수리·발의의 무효를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조례안은 지난해 12월 교육위 심의를 앞두고 있었으나, 대책위가 제기한 집행정지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후속 절차가 중단됐다. 그러나 법원의 이날 각하 결정으로 중단됐던 효력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
최호정 시의회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 “의회의 자주권을 인정해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 의장은 해당 조례안에 대한 상임위 심의를 이어가겠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법원이 관련 절차 진행을 인정한 만큼, 주민 발안 조례인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이어가는 것은 의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11월 정례회에서 조례안이 교육위 문턱을 넘게 되면 연내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아쉽지만 이번 재판을 통해 학생인권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환기된 것만으로도 소중한 과정이었다”며 “현재 대법원에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의 위법성을 다투고 있고, 국회에서는 학생인권법을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우리 학생들의 인권 문제를 더 이상 자신들의 정쟁 수단으로 쓰지 말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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