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만간 직접 미국에 가서 러시아를 이길 필승 전략을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의 방미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일정에 맞춰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미국 언론인들과 인터뷰에서 “곧 워싱턴에서 러시아와 싸워 승리할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개막하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 기회에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은 물론 수도 워싱턴도 찾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필승 전략의 실행은 전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받은 미사일 등 고성능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승인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13일 바이든은 백악관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우크라이나가 미·영에서 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도록 승인할지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자국 영토 내에 형성된 전선에서 벗어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으로 진격해 한때 서울 면적의 2배에 해당하는 러시아 영토를 점령했다. 하지만 곧 러시아군의 반격에 부딪혔고 되레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더 많은 영토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쿠르스크 지역에 진출했던 우크라이나군 일부가 러시아군에 의해 격퇴됐다는 얘기까지 들려올 정도다.
젤렌스키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당면한 총체적 난국을 의식한 듯 미국 등 서방에 더 많은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예비군을 적절히 무장할 충분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14개 여단의 무장에 필요한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서방 동맹국들이 지금까지 제공한 무기로는 4개 여단의 무장만 가능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은 2023년 말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정책에 회의감을 드러내며 관련 예산안의 통과를 보류시켰다. 이에 약 6개월 동안 미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4월 공화당과 민주당이 우크라이나를 위한 무기 지원 예산안 타결에 가까스로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뒤였다. 젤렌스키는 “그 6개월 동안 비축해놓은 모든 무기를 소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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