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맞이한 유니버설발레단의 여름은 역대급 폭염보다 뜨거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그동안 서울에서 집중되어온 발레 무대를 7월 부산, 경주, 대전, 8월 충남 보령, 창원, 대구 등으로 확대하며 태양보다 뜨거운 열기의 팬들과 호흡을 맞췄다.
창원문화재단 3·15 아트센터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은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후 이틀간 펼쳐졌다. 금요일 오후에는 토요일 공연팀이 무대 리허설을 했다. 분장만 안 했지 실제 공연 모습과 같다. 무용수 위치와 무대 세팅을 점검하는 자리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뒤쪽에서 무용수와 의상팀이 분주히 움직인다.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실 복도에서 긴급수선을 하는 무용수도 보인다. 무대감독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대조명과 음악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객석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용수의 화려한 공연에 연신 박수 소리가 대극장 안에 울려 퍼진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과 더불어 3대 발레 명작으로 꼽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 속 이야기를 우아한 발레로 그려낸 작품이다. 고전 발레의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하는 고난도 작품이라 자주 접하기 힘든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유니버설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원작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3시간이 넘는 원작의 스토리 전개를 재구성해 2시간으로 압축했다. 그러면서도 화려함과 정교함을 그대로 살리고 스토리 전개에는 지장 없도록 해 관객의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길었던 지역 공연이 끝났다.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 소지품 가방을 어깨에 멘 무용수들이 연습복 차림으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정해진 각자의 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매트를 펼쳐 자유롭게 몸풀기를 시작한다. 발레 마스터가 들어오면 가벼운 인사를 교환하고 바로 이동해 연습을 시작한다. 스텝, 점프, 회전 등 발레 기본동작부터 시작해서 아라베스크, 콤브레, 알롱제 등 고난도 동작까지를 차례로 훑은 뒤 배역 연습에 들어간다. 동작의 난도가 올라갈 때마다 무용수들의 땀이 등판을 타고 흐른다.
쉬는 시간 발레리나 황수진이 가방에서 바느질 장비를 꺼낸다. 무대 위 아름다움을 위해 발레리나들이 해야 할 일은 발레 동작 연마뿐이 아니다. 하루 한 시간 이상 바느질을 해야 한다. 발 모양에 맞게 토슈즈를 길들이기 위해서다. 바느질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토슈즈를 자신의 발에 꼭 맞게 길들이는 데 며칠이 걸린다.
“우선 발바닥 ‘인솔’ 부분을 밟아 부드럽게 만들어요. 그러고는 인솔을 제 발 굴곡에 맞게 자르죠. 앞코 부분을 바느질해 실로 둘러싸고, 안쪽에는 본드도 칠해요. 항상 3, 4개 정도 슈즈를 들고 다니는데 공연연습이 많을 때는 일주일에 1개 정도는 신고 버리는 거 같아요.”
지난해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한 뒤 모든 공연에서 주역을 꿰찬 발레리나가 있다. 솔리스트 발레리나 이유림이다. 그는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도 무희 니키야를 비롯해 공주 감자티 역할로도 출연한다.
“선화예중 시절 ‘라 바야데르’에서 황금신상을 보좌하는 원숭이 역할을 했어요. 14년이 흐른 지금 여주인공 니키야로 무대에 선다니 신기해요. ‘원숭이였던 내가?’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어보곤 해요.”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전 19세 때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건너가 7년간 헝가리국립발레단원으로 지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무대가 그리워서 돌아왔어요. 요즘 바쁜 일상에 몸은 힘들지만 관객과 자주 소통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 다시 연습실로 돌아갔다.
1984년 창단된 유니버설발레단이 40주년을 맞아 6년 만에 고전발레 ‘라 바야데르’를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린다. 여름의 긴 무더위와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친 일상 속, 고단함은 잠시 내려놓고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와 함께 발레의 아름다움과 예술의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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