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방어 위해 더 실기 말아야
부작용 최소화하는 정책조합 필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미 연준은 18일 기준금리를 연 5.25∼5.5%에서 4.75∼5%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위기가 터진 2020년 4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유럽과 영국, 캐나다 등이 금리 인하에 돌입했는데 글로벌 통화정책전환(피벗)은 갈수록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미국이 예상과 달리 빅컷을 결행한 건 고용냉각과 경기침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준은 연말 실업률 전망치를 종전 4%에서 4.4%로 높이고 올해 성장률도 0.1%포인트 낮춘 2.0%로 내다봤다. 미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연준은 점도표에서 올 연말 기준금리를 4.4%로 제시해 사실상 0.25%포인트씩 두 차례 추가인하도 예고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전반적으로 한국경제에 호재라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과거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 금리 인하 때 터졌다. 당장 미 경제의 경착륙은 한국의 수출과 성장에 치명적 악재다. 한·미 금리 격차 축소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내년 성장률을 2.1%로 내다보면서도 미 성장률 둔화가 확대될 경우 0.3%포인트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가 외풍에 취약한 만큼 경각심을 한층 높여야 할 때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보는 연준의 피벗을 언급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했다. 한은은 물가가 안정세에 들어선 만큼 경기방어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더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침체가 심화하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도 한계 상황에 몰린 지 오래다. 오죽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월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며 ‘실기론’을 제기했겠나. 집값과 가계 빚을 걱정하는 한은의 고민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금리가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금융 상황에 따라 다르다. 외려 대출규제와 주택수급과 같은 미시대책의 약효가 클 수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정교한 정책조합·공조를 통해 거시경제관리와 금융안정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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