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서 발생한 무선호출기·무전기 등 무선기기 연쇄폭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작전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 소식통은 이스라엘이 ‘삐삐 폭탄’ 제작에 직접 관여해왔다면서 이런 종류의 “공급망 차단” 작전은 최소 15년 동안 계획되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문제의 작전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여러 개 운영했을 뿐 아니라 여러 계급의 이스라엘 정보요원과 자산들을 활용해 실제로 호출기를 생산하는 합법적인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은 이러한 사실과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알지 못한 채로 일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이러한 작전은 민간인 피해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미 중앙정보국(CIA)와 같은 기관에서는 사용하는 것을 꺼려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17∼18일 이틀간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지급된 호출기와 무전기가 폭발하며 발생했으며 레바논에서만 40명 가까이 사망하고 3000여명이 다쳤다. 특히, 무선기기를 소지한 대원 인근에 있는 민간인이 다수 피해를 입으며 전 세계적으로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삐삐 폭탄’이 어떤 경로로 제작되어 헤즈볼라의 손에 들어가게 됐는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국방·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헝가리에 위장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 등을 설립하고 직접 호출기를 제작해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온 제품의 유통 과정에 개입해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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