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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던 AIDA 다시 돌아올까

입력 : 2024-09-22 20:30:00 수정 : 2024-09-22 20: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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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다룬 뮤지컬
국내서 8번째 밀리언셀러 등 큰 사랑

디즈니, 20년 만에 대본 등 작심 개작
새로워진 작품 접한 관객 반응 ‘싸늘’

공연계, 신시컴퍼니 원작 협상 기대
무대 세트·소품 등 보관… 가능성 有

국내 뮤지컬 사상 여덟 번째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명작 뮤지컬 ‘아이다’를 다시 볼 수 없는 걸까.

미국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하 디즈니)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이다’를 거의 20년 만에 새로 고쳐 선보인 가운데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끈 원작 ‘아이다’의 운명도 주목된다.

신시컴퍼니의 6번째 시즌(2022년) ‘아이다’ 공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22일 공연계에 따르면, 디즈니는 동명의 베르디 오페라를 바탕으로 뮤지컬 ‘아이다’를 제작해 2000∼2004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의 한국 공연권을 얻은 신시컴퍼니는 40t 컨테이너 9대 물량의 현지 초대형 무대 세트와 장치, 의상, 소품 등을 모두 인수해 들여온 뒤 이듬해 초연부터 브로드웨이 뺨치는 공연으로 국내 관객을 사로잡았다.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탄탄한 서사, 팝의 거장 엘튼 존(작곡)과 뮤지컬 음악의 전설 팀 라이스(작사)가 손잡은 음악, 황홀한 무대 연출과 안무, 주·조연 및 앙상블 배우의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 등이 어우러진 덕분이다. 그렇게 6번째 시즌(2022년 5∼8월)까지 흥행 가도를 달리며 100만 관객 고지도 가뿐히 넘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디즈니가 새 ‘아이다’를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일찌감치 ‘아이다’ 개작 방침을 밝힌 디즈니는 한국 공연을 끝으로 전 세계에서 더 이상 원작 무대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새 ‘아이다’를 2023년 4월부터 1년가량 네덜란드 스헤베닝언 ASAF 서커스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다. 세계 초연 무대를 브로드웨이가 아닌 네덜란드로 한 건 과거 ‘아이다’에 대한 현지 팬들의 엄청난 애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001∼2003년 네덜란드 공연 당시 120만명 정도가 찾았다.

새 작품은 원작과 상당히 다르다. 대본 작가(린다 울버턴·로버트 폴스→데이비드 헨리 황)와 연출(로버트 폴스→쉘레 윌리엄스)이 바뀌면서 전체 이야기 흐름과 안무는 물론 무대·의상 디자인 등이 크게 달라졌다. 넘버(노래)도 일부 손질됐다. 예컨대 주요 넘버 중 하나인 ‘Not me’의 경우 원래 아이다와 라다메스, 암네리스가 함께 부르는 대목에서 암네리스가 빠졌다.

그야말로 디즈니가 작심하고 ‘아이다’를 확 바꿨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게 문제다. 네덜란드 여행 중 공연을 관람했다는 공연계 인사나 확인된 현지 관객 반응 등을 종합하면, 원작 ‘아이다’를 경험한 관객일수록 실망감이 컸다고 한다.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적국 관계와 인종을 뛰어넘는 금지된 사랑, 이집트 파라오의 딸이자 라다메스 약혼녀인 암네리스까지 엮인 안타까운 이야기가 깊이 와 닿지 않아서다.

특히, 원작에서 막이 오르면 연이어 나오는 넘버 ‘에브리 스토리 이즈 어 러브 스토리(Every story is a love story)’와 ‘포천 페이버스 더 브레이브(Fortune favors the brave)’가 없어지고, 고대 이집트 박물관 장면 다음에 바로 전쟁 장면이 이어지는 등 두드러지게 재해석된 극 초반 감흥이 별로라는 후문이다. 아이다 역의 흑인 배우 가이아 아이크먼과 앙상블 배우 등의 노래와 열연이 돋보였을 뿐 원작이 준 감동에 한참 못 미쳤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직접 관람한 공연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많이 달라졌지만 원작보다 좋아졌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 관객의 정서나 눈높이 수준을 충족하긴 어려울 듯한 작품과 완성도였다”고 전했다.

신시컴퍼니 측은 원작 ‘아이다’를 원하는 국내 관객들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길 기대하는 눈치다. 2022년 ‘아이다’ 고별 공연 후에도 브로드웨이 무대 세트와 소품 등을 폐기하지 않고 잘 보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공연계에선 신시컴퍼니가 적절한 시점에 디즈니 측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전례도 있다.

당초 한국에서 ‘아이다’ 공연은 디즈니 방침에 따라 2020년 5번째 시즌이 마지막 무대였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져 부산 공연은 취소되고 누적 관객 92만명으로 막을 내리면서 국내 제작진과 출연진, 관객 모두 아쉬움 속에 ‘아이다’와 작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디즈니의 개작 구상과 작업이 더뎌지자 신시컴퍼니가 디즈니 측을 간곡히 설득했고, ‘아이다’는 2022년 6번째 시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박병성 공연 평론가는 “디즈니가 열쇠를 쥐고 있긴 하지만 좋은 원작마저 묻어버린 채 내놓은 신상품이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저작권 수익이라도 노려 원작 공연을 다시 허용할 수 있는 만큼 신시컴퍼니의 협상력도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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