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나대세요, 건방진 것들” 폭언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해법 찾길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해 구속된 정모씨를 두고 의사 사회가 “전공의 탄압”이라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사회가 지난 20일 서울에서 집회를 열고 ‘전공의 구속은 인권 유린’이라고 규정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 공분을 사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안을 의사들이 ‘인권 탄압’,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강변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어불성설이자 적반하장 아닌가.
‘응급실 뺑뺑이’로 환자가 숨지는 마당에 사명감으로 응급의료를 지켜온 의사들을 괴롭히고 인격을 침해한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공의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다. 오죽하면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도 “정씨의 행동은 그 취지가 마녀사냥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겠나. 그런데도 의사단체들은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는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이익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도 상관없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나.
의사들의 그릇된 행태는 이뿐 아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호협회, 간호법 제정안 공포 환영’이라는 제목의 간호협회 보도자료를 캡처해놓고 “그만 나대세요. 그럴 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라고 적었다. 이어 “장기 말 주제에 플레이어인 줄 착각 오지시네요. 주어 목적어 생략합니다. 건방진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도를 넘은 폭언이자 비뚤어진 우월의식 아닌가. 사회 지도층인 의사들의 양식과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참담할 뿐이다. 이러니 의사 양성 과정에서 인성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경찰은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전공의 등 의사 30명과 의대생 2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절대 적지 않은 숫자다. 이들을 엄중히 처벌하고 더 철저히 수사해야만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반발할수록 민심이 더 멀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고 비현실적인 주장을 그만 접고,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자기들의 주장을 펴는 것이 순리다. 의료 정상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의사들의 사명감과 집단 이성이 작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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