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업체 A는 결혼을 앞둔 수도권 소재 K병원장 부부의 결혼 비용 수천만원을 대신 결제해줬다.
결제 명세에는 고급 웨딩홀의 예식비, 해외 신혼여행비뿐만 아니라 명품 예물비까지 포함됐다.
A업체가 원장 부부의 사적인 비용을 대납해 준 것은 로비 차원이었다. 경쟁사의 약품보다 A업체가 생산한 약을 더 많이 처방해달라는 뜻으로 건넨 일종의 '뇌물' 리베이트인 셈이다.
국세청은 25일 관행처럼 이뤄지는 건설·의약품·보험중개업체 분야의 불법 리베이트 탈세 사례를 대거 공개했다.
A업체는 의사의 집이나 병원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 소파, 대형 가전을 직접 배송해줬다.
법인카드로 구입한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병원장에게 건네고, 마트에서 직접 상품권을 '카드깡'한 뒤 마련한 현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자금은 모두 A업체의 '정상적인' 비용으로 세무처리 됐다.
또 다른 의약품업체 B는 의사 가족 업체에 임상 용역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은밀히 제공했다. 병원 홍보영상 제작비 수억원도 리베이트 자금으로 충당됐다.
B업체는 직원 가족 등의 명의로 영업대행사(CSO)를 설립하고 리베이트 자금 마련을 위해 수십억원 상당의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다. 가족들을 CSO 주주로 등록해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A·B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해 법인세를 추징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상대로 소득세도 과세했다.
일부 의약업체는 조사 과정에서 "의사들의 소득세까지 대신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제약업체들은 통상 조사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명단을 숨긴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조사 이후 거래 중단을 우려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의료계의 카르텔이 얼마나 강고한지 알 수 있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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