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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유통 ‘명문대 동아리’ 잡고 보니… 투약 의사가 수술까지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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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28 15:42:46 수정 : 2024-09-28 15: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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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 명문대생들이 주축이 된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가 대규모 마약 유통 창구로 악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동아리를 통해 유통된 마약은 대학가를 넘어 의료계 등 일반인에게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 결과 동아리 회원들은 고급 호텔과 클럽은 물론 놀이공원·해외 여행지 등지에서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했다. 일부 회원들은 유흥업소 종업원들과 함께 마약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동아리 회장을 통해 마약을 투약한 의사가 환자 수술까지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모인 피의자들이 마약을 투약한 모습. 서울남부지검 제공

◆ 호화 생활로 유혹한 동아리 회장의 마약 사업

 

2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범은 연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염모(31)씨다. 염씨는 2021년 ‘깐부’라는 이름의 연합동아리를 결성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가의 외제차와 고급 호텔 등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회원을 모집했다. ‘깐부’는 호화로운 파티와 술자리로 단기간에 약 300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국내 대학생 연합동아리 중 두 번째 규모로 성장했다.

 

염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하거나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회원들에게 액상 대마를 시작으로 MDMA(엑스터시), LSD, 케타민, 사일로시빈(환각버섯), 필로폰 등 단계적으로 점차 강도가 높은 마약을 소개하고 유통했다. 특히 LSD에 대해서는 “우울증, 중독 등에 효과가 있다”거나 “유명인들이 즐겨 투약한다”는 등의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염씨와 일부 회원들은 종이 형태의 LSD를 기내 수하물에 넣어 제주도와 태국 등으로 운반해 현지에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염씨는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들을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초대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깐부’의 마약 유통 실체가 알려진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해 12월 성탄절 무렵, 염씨가 한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마약을 투약한 후 소란을 피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담당 검사가 염씨의 계좌에서 수상한 거래 내역을 발견하면서 '깐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됐다.

사진=AFP연합뉴스

◆ 텔레그램으로 거래… 가상화폐로 세탁

 

검찰에 따르면 염씨는 특정 온라인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통해 마약 딜러와 접촉해 ‘던지기’ 방식으로 마약을 구매했다. 마약 구매 대금은 가상화폐로 지불해 추적을 피했다. 지난해에만 1200만원 이상의 가상화폐를 마약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염씨는 마약 구매를 ‘공동구매’라고 불렀다. 여러 회원들의 돈을 모아 마약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이를 나눠 가졌다. 또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에게는 1회 투약분을 ‘소매’로 판매해 차익을 남겼다. 그는 마약 1개당 평균 10만원에 구매한 뒤 중독된 회원들을 상대로 15∼20만원에 팔아 건당 5만~10만원의 마진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지난달 5일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마약 유통·투약 혐의로 1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염씨 등 동아리 회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기소했으며, 8명을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했다.

 

◆ 의사·금융계 임원 추가 적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임씨를 통한 마약 유통이 의료계로까지 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는 별개로 금융계 임원의 마약 범죄도 추가로 적발됐다.

 

30대 중반의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임상강사 A씨는 염씨로부터 마약을 구입해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투약 당일 환자 7명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모인 피의자들이 마약을 투약한 모습. 서울남부지검 제공

20대 대학생 B씨는 염씨가 구속돼 마약 수급처가 없어지자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인물에게 소개받은 40대 중반 상장사 임원 C씨로부터 마약을 제공받아 함께 투약했다. C씨는 염씨와는 무관하지만, 과거 마약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도 이 기간 중 20대 여성들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직접 투약한 후 운전까지 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26일 추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의사 A씨와 상장사 임원 C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학생 2명도 마약을 구매 및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불구속기소하고, 회사원 1명에 대해서는 단순 투약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 급증하는 학생 마약 사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약이 학생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원생에 이르는 학생 마약 사범이 2018년 123명에서 지난해 1347명으로 5년 새 약 11배로 늘었다. 20대 마약 사범도 2018년 2118명에서 지난해 8368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학가는 물론이고 일선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마약 단속·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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