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a de facto nuclear weapon possessor state)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 노선을 전환하자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해결된 것이 있는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2006년 이후 국제사회의 개입이 없었고, 결국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크게 확장됐다고 지적하며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반복해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총장은 북한과 가장 우선으로 논의할 수 있는 주제로 ‘핵 안전 문제’를 꼽았다. 그는 “그들은 방대한 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국제 핵 안전 표준 위배 여부를 감시받지 않는 세계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IAEA는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전문기구다. 핵 비확산을 감시하는 국제기구 수장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자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북핵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27일 그로시 총장의 발언에 대해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지속 제안해왔으나, 북한은 우리의 제안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핵 개발 및 도발에 매진해왔다”며 “우리는 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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