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제조업체 수익성 감소
단순 제조 넘어선 먹거리 필요
소프트웨어 개발서 해답 찾아야
반도체 미세화는 인류의 축복이었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의 뉴스를 볼 수 있고, 항공권과 교통을 예약할 수 있게 되었으며, 사람 수십명이 하던 일을 수 초 만에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축복이었다. 반도체 미세화는 전쟁 이후 잿더미가 되었던 나라를 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강국으로 성장시킨 주요한 동력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미세화가 느려지고, 미세화의 비용은 폭증하고 있다. 당연히 반도체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세화가 느려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며,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먼저 일어나게 될,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은 각종 전자기기 교체 수요의 감소이다. 반도체 미세화가 어렵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과거에 2년마다 2배씩 늘던 반도체 성능(소자 개수)이 이제는 3∼4년은 기다려야 2배 늘어난단 의미이다. 제품 성능 향상이 더디므로 반도체를 사용하는 신형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등의 매력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정보기술(IT)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들은 다양한 인터넷 기반의 IT 서비스와 전자제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새로운 반도체가 추가 기능과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새로운 것을 제공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IT 빅테크들은 자체 설계 칩을 개발하게 된다. 제조가 어렵다면, 제한된 반도체 소자들을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최적화하기 위해서이다. 이미 구글은 VCU라고 부르는 유튜브 전용 칩을 설계하여, 수백만개의 인텔 CPU를 대체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게 자체 AI 칩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회사들은 기존에는 제조에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하게 된다. 극자외선노광장비(EUV)와 같은 신장비를 도입하면 옛날보단 힘들더라도 미세화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미세화 비용이 많이 드니 미세화를 칩 전체가 아닌 필요한 부위에만 최소한으로 적용하려 한다. 기존이라면 통째로 미세화했을 큰 반도체를 부위별로 쪼개 칩렛(Chiplet)이란 작은 반도체로 분리 제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미세화의 이익이 큰 부분에만 첨단 공정을 사용하고, 중요치 않은 부분에는 성숙 공정을 씀으로써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대신 두 칩을 결합하는 기술을 새로 도입해야 한다.
이 두 현상을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가장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소프트웨어 분야를 이해하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최종 고객은 결국 소프트웨어이다. 지금까지는 미세화를 진행하기만 하면 IT 회사가 새 반도체를 구매해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IT 회사들의 요구에 맞춰 전력, 밀도, 성능 등 소자의 특성을 미리 맞춰둘 필요가 있다. 특정 분야에 맞는 소자들을 제공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소자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IT 빅테크들의 발전 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다음 할 일은 미래의 제조 협력자들을 찾는 일이다. 기술 발전이 한계 근처에 도달한 이상, 제조의 어려움이 줄어들기는 힘들다. 이로 인해 지금은 패키징 기술이 반도체 제조와 더욱 밀착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칩의 열 밀도 문제, 온도로 인한 길이 변화 문제 등 수많은 문제가 앞길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제조 파트너를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미세화를 최대한 지속하여 산업의 부가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가 어려움을 겪으면, IT 빅테크도 어려움을 겪는다. IT 빅테크 역시 제조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으니, 반도체 제조가 어려움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준다면 기꺼이 함께하려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반도체 인재 교육의 핵심은 설계, 제조 등 개별 분야를 암기하는 것이 아닌, 편견 없는 열린 마음과 낯선 대상에 겁먹지 않는 용기 두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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