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생 ‘미술활동 보고서’ 표절 탐지
대필 등 유사도 높은 학생들 지목
소명서 ‘증빙자료’ 추가 제출 요청
“사용 안 했는데 억울” 반응 쏟아져
논란 일자 “검사 중 문제” 당일 취소
대학들 입시 과정 AI 고민 깊어질 듯
서울 유명 미대에서 입시생들에게 제출한 서류의 인공지능(AI) 사용 여부를 소명하라고 요청했다 큰 혼란이 일자 이를 철회했다. 이번 사태는 상황이 반나절 만에 마무리되면서 단순 해프닝에 그쳤지만, 향후 입시 원서에서 학생들의 AI 활용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대학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홍익대는 지난달 30일 ‘미술활동보고서’를 제출한 지원자 중 유사도검사에서 높은 수치를 보인 학생들에게 소명서와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공지를 발송했다. 입시 원서에 표절검사가 이뤄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대학이 접수 공지 때는 언급하지 않았던 ‘GPT표절 여부’를 확인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입시생·학부모 커뮤니티 등에선 올해 소명 요청을 받은 학생들이 유독 많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억울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러한 내용은 입학처가 학생들에게 소명 요청을 보내면서 “유사도검색시스템을 활용해 표절, 대필 및 허위 여부, GPT표절 여부 등을 확인한다”고 밝히며 알려졌다. 학생들에게는 각자의 유사도 및 GPT표절 검사결과가 제공됐다.
수도권 고등학생 A(19)양은 “작성하면서 챗GPT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 한 문항에서 유사도 100%를 받았다”면서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서 문자 받은 날 눈물도 찔끔 나왔다”고 토로했다. 한 학부모 전용 커뮤니티에는 “다니는 학생 거의 70%가 소명 요청을 받아 학원이 발칵 뒤집혔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익대 측은 당일 오후 7시40분쯤 “본교 GPT표절 검사 과정에 문제가 있어 소명자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철회했다.
하지만 철회 이후에도 학생들은 불안하다는 분위기다. A양은 “소명서를 안 내도 된다고 했지만 소명 대상이 된 점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 고등학생 이모(19)양은 “소명 대상자들이 소명자료를 제출하면서 자기 작품을 보여줄 기회를 추가로 얻는다면 오히려 역차별 아니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홍익대 관계자는 입시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사안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올해 표절검사 결과가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소명자료도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미술활동보고서는 미술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관련 활동 내용을 적고 이에 대한 300∼600자 상당의 자기평가를 담는, 타 전형의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문서다. 이 같은 활동보고서를 제출하는 대학은 이화여대와 고려대 등이 있지만, 두 대학과 비교하더라도 홍익대는 그중에서 줄글 분량이 가장 긴 편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창의활동보고서 심사 시 작품 위주로 보기 때문에 글 자체는 평가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며 “따로 AI 표절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관계자도 “미술활동보고서에 AI 사용 여부를 검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I가 입시·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진학사 채용 플랫폼 캐치가 20대 취준생 1379명에게 물은 결과 응답자의 60%는 자기소개서 작성 시 챗GPT를 쓴 적 있다고 답했다. 대학에 제출된 생활기록부도 AI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교원 5217명 중 57%는 챗GPT가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고, 23.7%는 이를 써본 적 있다고 답했다.
결국 AI의 발전으로 입시·채용에서 자소서가 자연스레 퇴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월 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상위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 41%는 AI가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자소서가 사라지고 다른 전형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2024학년도부터 대입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는 폐지됐다. 입시미술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이모(33)씨는 “미대 비실기 전형은 수년 전부터 ‘실력 논란’이 있었는데, 챗GPT 시대엔 자기 실적을 얼마든지 더 부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미대 선발 방식에 대한 대학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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