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쓰거나 컵에 물을 따르는 동작 등 손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때 손이 떨리는 현상을 수전증이라고 한다. 수전증은 손에만 발생하는 떨림에 국한된 용어로 머리, 목, 턱, 혀 등에서도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의학에선 이를 ‘본태 떨림’(본태성 진전)이라고 하는데 ‘본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본태 떨림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상생활에서 손 혹은 머리가 심하게 떨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머리가 떨리는 증상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다가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아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손떨림으로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본태 떨림과 파킨슨병이 있다. 두 질환 모두 손떨림이 발생하지만 떨림의 양상과 치료법이 다르다. 파킨슨병에 의한 손떨림은 주로 안정 시 발생하며 의도를 갖고 움직이거나 다른 일을 하면 떨림이 다소 완화된다. 반면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없다가 글씨 쓰기, 식사 등을 할 때 손이 떨리면 본태 떨림일 가능성이 높다.
본태 떨림은 대개 양쪽 손 모두 떨림 증상이 생기는 반면, 파킨슨병은 한쪽 손에서 먼저 떨림이 시작된다. 또 본태 떨림은 손이 위아래로 떨리며 파킨슨병은 손이 앞뒤로 떨리는 양상을 보인다. 연령대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본태 떨림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반면 파킨슨병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 연령층이다.
본태 떨림은 대부분의 경우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에 불응성이거나 떨림의 정도가 심하여 일상 생활에 장애가 있는 경우, 뇌심부자극술 시행을 고려해볼 수 있다. 본태 떨림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다른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아 경과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본태 떨림 진단 과정에서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신기능 혹은 간기능 저하, 약물, 말초신경병이나 손목터널증후군 등 떨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복용 중인 약물을 꼼꼼히 파악하고 혈액검사, 뇌 MRI 등의 검사를 시행하며, 나선그리기 검사 등을 통해서 중증도를 평가해볼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2023년 14만 명을 넘어섰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근육이 굳고, 서동증(bradykinesia)을 보이며, 걷는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등 운동증상과 변비, 자율신경증상, 렘(REM)수면 장애, 우울증 등 비운동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노년층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있는 흑질에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도파민 전구체(L-dopa)나 도파민 효현제와 같은 약제를 투여하면 운동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파킨슨증후군의 경우는 파킨슨병과 증상은 유사하지만 뇌의 주요 손상부위가 달라,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
손성연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가만히 누워 있을 때나 앉아 있을 때 한쪽 손만 떨린다면 파킨슨병일 가능성이 높고, 글씨를 쓸 때나 젓가락질을 할 때. 손을 앞으로 쭉 뻗을 때 양손의 떨림이 좀더 뚜렷하면 본태 떨림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외에 일부 변비약이나 지사제, 또는 우울증약을 비롯한 신경정신과 약제도 떨림을 일으킬 수 있어 복용 중인 약물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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