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가 5일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경찰에 입건된 가운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를 당부했던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고위 공직자 임용 결격 사유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위장전입 등 ‘5대 비리’ 외에도 음주운전과 성 관련 범죄까지 추가해 ‘7대 원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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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발언은 휴가 나온 장병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당시 해당 군인의 친구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려 2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사회적 이목을 끌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 가량 감소했고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수도 50% 넘게 줄었다”면서도 “이렇게 꾸준히 좋아지고는 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여전히 많다. 작년 한 해 2만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는 439명, 부상자는 3만3364명에 달한다”고 구체적 수치까지 지적했다. 이어 “재범 가능성이 높은 음주운전 특성상 초범이라고 할지라도 처벌을 강화하고 교육시간을 늘리는 등 재범방지를 위한 대책을 더욱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음주 운전 강력 처벌’ 방침은 현실화됐다.
문 전 대통령 발언이 있은 지 40여일만인 2018년 11월23일 음주운전을 한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났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은 이날 0시 35분쯤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술에 취한 채 100m 가량 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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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다혜씨는 지난 5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다혜씨는 이날 오전 3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에서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 뒤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혔다. 피해자인 택시 기사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음주 측정 결과 다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로 면허 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다혜씨는 오는 7일 오전 중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음주운전 사고는 살인행위’ 라고 한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다혜씨의 이번 사고를 이슈화했다.
김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다혜씨의 음주운전 관련 온라인 기사의 캡처 이미지를 올리고 “음주운전은 살인이라고 청와대에서 같이 살던 분이 얘기했었는데, 아무리 아버지 말씀이 궤변이 많더라도 들을 건 들어야지요”라고 적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다혜씨를 두고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하더니, 드디어 행동(?)을 개시했군요”라고도 썼다. 이는 검찰이 문 전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하자 다혜씨가 지난달 3일 자신의 엑스(X)에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문 전 대통령은) 엄연히 자연인 신분인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이제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도 다혜씨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데 대해 “만약 여당 쪽의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의 가족이 이런 사고를 냈다면 민주당은 뭐라고 논평했을까”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달은 이태원 참사 추모 달”이라며 “(다혜씨는) 그 이태원에서 야심한 시각에 음주운전 후 충돌사고(를 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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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질문에 “(음주운전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며 “당의 입장이 다를 것이 있겠나”라고 답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별히 다른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 이 정도로 말하면 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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