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딸이 해외 입양됐던 사실을 모르고 44년간 찾아헤맸던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아동권리연대와 소송 대리인단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된 아동의 부모를 찾아주려 노력하기 보다는 해외 입양을 추진했던 역사와, 이런 아동을 보호하지 못했던 국가에 아동보호 책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1975년 충북 청주에서 딸을 잃어버렸던 어머니 한모씨 등은 국가와 당시 아이를 보호하던 영아원, 입양기관을 상대로 총 6억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한씨는 1975년 당시 6살이었던 딸이 실종된 뒤 수십년간 백방으로 찾아헤맸다. 5년 전에야 미국으로 입양돼 다 자란 딸을 만날 수 있었다.
딸은 실종된지 두달 만에 입양기관으로 인계돼 해외 입양이 추진됐고, 이후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는 DNA 정보를 통해 가족 찾기를 지원하는 단체 ‘325캄라’를 통해 딸을 만나게 됐고, 딸이 갖고 있던 입양 기록을 통해 지난 과정을 알게 됐다. 부모는 경찰에 실종 아동 신고를 했고, 아이는 미아로 발견돼 관할 지역 경찰서에 있었지만, 정부의 해외 입양 수요를 맞추려는 분위기로 인해 헤어지게 됐다는 게 대리인단의 설명이다.
한씨는 “고통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분하다”며 “딸을 찾아 만난 기쁨도 잠시이고 지금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너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또 “실종 가족들은 아이를 찾다 병들고 재산을 탕진하고 비극적 인생을 살고 있지만, 아무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천인공노할 비즈니스를 묵과한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실종 부모들 앞에서 백배사죄하라”고 했다.
아동권리연대는 “원고 부모들은 44년간 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지내야 했고, 실종됐던 딸은 부모와 가족이 자신을 버렸다고 믿은 채 고통과 상처 속에서 살아야 했다”며 “이들은 가족 해체, 평생에 걸친 정신적 고통, 경제적 손실 등 회복하기 어려운 가족관계의 손상이라는 복합적이고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조민호 아동권리연대 대표는 “1970~80년대에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단체의 조직적 아동 수출에 20만 해외입양인이 발생했다”며 “국가의 아동보호책임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종 아동이 해외로 입양된 사례에서 국가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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