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촉박… 본회의까지 투쟁방침”
시의회 “무리한 행정이 갈등 키워”
“대화가 안 되니 단식까지 온 겁니다. 정치가 아니라 정의입니다.”
7일 오후 세종시청 서측 광장에 세워진 천막 안. 전날부터 시장 집무실을 벗어나 이곳에 자리한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같이 호소했다. 세종시의회가 최민호 시장의 역점사업인 2026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세종빛축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불거진 갈등은 ‘단식 농성’으로 이어지는 등 거세지고 있다.
이날 양복 대신 점퍼를 입은 최 시장의 얼굴엔 거뭇한 수염이 자라있었다. 그가 앉아있는 책상 한쪽엔 ‘우리가 꼭 한번 만나야 하는 이순신’ 책이 놓여 있었다. 천막 한켠엔 이부자리와 전기장판이, 그 옆에 자리한 앉은뱅이 책상 위엔 ‘선비답게 산다는 것’ 책과 신문이 쌓여있다.
최 시장은 “국제정원박람회와 세종빛축제는 세종시와 시민들을 위한 행사인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론’으로 반대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시장이 할 수 있는 건 이 방법뿐”이라고 호소했다. 최 시장은 11일 열릴 예정인 세종시의회 본회의까지 단식 투쟁할 방침이다.
세종시의회는 지난달 10일 시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 14억500만원과 세종빛축제 예산 6억원을 모두 삭감했다.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경우 국비 77억원이 내년도 정부안에 세워졌으며 이미 상징정원 설계 공모에 돌입한 상태이다. 2년 남은 박람회 준비를 위한 조직위 구성, 박람회장 조성실시설계에도 나서야 하지만 시 예산이 없어 제동이 걸렸다. 세종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두 사업의 예산 전액 삭감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현옥 세종시의원은 이날 “예결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했으나 최 시장이 예산 통과를 위한 임시회 개최를 지속 요구하고 단식시위에 나서는 등 밀어붙이기식의 무리한 행정으로 갈등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정원도시박람회가 민생과 시정을 뒤로할 만한 사업인지 의아하다. 관련 예산 삭감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가에선 이 같은 대치가 2026년 6월에 있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도시박람회는 같은 해 4월10일부터 5월24일까지 세종중앙공원 등에서 열린다.
국민의힘 소속인 최 시장의 단식농성에 대한 격려방문은 잇따르고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이날 최 시장을 찾은 데 이어 8일엔 한동훈 당대표가 단식 천막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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