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에서 카이스 사이에드(사진) 현 대통령이 야당 탄압 의혹 속 2019년 이후 또 한 번의 재집권에 성공했다.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튀니지에 다시 독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튀니지 독립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이 90.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함께 경쟁한 아야치 잠멜 후보는 7.4%의 표를 얻는 데 그쳤으며, 주하이르 마그자우이 후보의 득표율은 2%에도 못 미쳤다.
이번 선거는 사이에드 대통령 주도하에 대대적인 야당 탄압 끝에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온건 이슬람 성향의 야당인 엔나흐다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를 비롯해 정부에 비판적인 주요 야권 인사는 대부분 반역 음모 혐의 등으로 수감돼 출마조차 못했다. 잠멜 후보도 유권자 지지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아 옥중 선거를 치렀다.
수도 튀니스에서 투표일 사이에드 대통령을 향해 “법을 조작하는 파라오”라고 비난하는 시위가 이루어졌고 야권 지지층의 상당수가 투표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대선 투표율은 28.8%로 ‘아랍의 봄’ 이후 실시된 대선 가운데 가장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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