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의 초반 고비로 여겨진 요르단 원정에서 또 하나의 주목받은 선수는 번뜩이는 드리블로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한 배준호(스토크시티)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B조 3차전 원정에서 이재성과 오현규의 득점에 힘입어 2대0 승리를 낚았다. 올해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0대2로 요르단에 졌던 대표팀은 반드시 ‘설욕’을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다.
‘캡틴’이자 대표팀 주포인 손흥민(토트넘)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전반 중반 황희찬(울버햄프턴)마저 상대의 거친 태클 등으로 실려 나가는 겹악재가 닥치면서 홍명보호엔 암운이 드리웠다.
승리를 가져온 건 ‘젊은 피’ 투입이었다. 요르단이 후반 초반부터 심상찮은 기세를 보이자 홍 감독은 오현규(헹크)와 배준호를 투입했고, 이들은 쐐기골을 합작했다. 후반 23분 배준호의 전진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골 지역 왼쪽에서 수비수 둘을 앞에 두고 과감하게 땅볼 슈팅을 날려 승리를 굳히는 골을 넣었다.
‘테크니션’ 배준호의 활약에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진도 감탄했다.
후반 35분쯤 배준호가 요르단 진영 왼쪽 깊숙한 곳에서 드리블로 수비 두 명을 벗겨낸 후,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골키퍼가 공을 쳐내면서 골은 무산됐지만 한준희 해설위원은 “배준호 선수의 커리어에 역사적인 골이 될 뻔했다”며 말했고, 윤장현 캐스터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새로운 왕자”라고 강조했다.
이근호 해설위원의 “배준호 선수는 공간이 많은 상황에서는 배준호 쓰임이 좋아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공을) 터치할 때 미스(실수)가 한 번도 없었다”는 높은 평가에 한준희 위원은 “‘온더볼(On the ball·공 소유)’ 능력도 굉장히 좋다”며 “공간이 있을 때, 없을 때 다 잘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경기 중간 집계한 배준호 터치 성공률은 총 22회 중 22회로 100%였고,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후반 추가시간을 포함해 약 45분을 뛴 배준호의 패스 성공률 100%(29/29회)였다. 이밖에 슈팅 두 차례,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키패스 2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정도로 아직 어린 선수인 배준호는 이후 1년여 사이에 유럽 진출을 이루고 성인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배준호는 경기 후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더 준비하려고 했고 기회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많이 생각했는데, 경기력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소속팀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도 좋지만, 대표팀 경기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공격 진영에서 뛰는 선수로서 이런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쌓는 것이 더 뜻깊다”며 “대표팀에서도 더 많은 골과 도움을 올리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요르단전을 마치자마자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오른 홍명보호는 15일 오후 8시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3차 예선 4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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