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들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에게 거액을 안기며 영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정규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을 높여주길 바래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을 마치고 시작될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아온 선발자원들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다. 가을야구에서 가슴을 숙이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래서는 거액을 받아내긴 힘들다. LG의 우완 선발 최원태(27)와 KT의 사이드암 선발 엄상백(28) 이야기다.
최원태는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도 부상으로 부침을 겪었다. 부상 때문에 24경기에 126.2이닝을 소화하며 규정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9승7패 평균자책점 4.26. 기록만 보면 준수하다. 팀에 있으면 선발진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자원이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번 가을야구 이전까지 최원태는 포스트시즌 통산 15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1.17로 부진했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가을만 되면 ‘새가슴’이 된다는 오명을 씻어내고 몸값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리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열린 KT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 등판한 최원태는 2.2이닝 3실점(2자책)에 그치며 조기 강판당했다. LG가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KT를 물리치면서 최원태에겐 기회가 한 번 더 왔다. 로테이션 상으로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번에도 3이닝 7피안타 5실점(5자책)으로 난타당했다. 이번 가을야구 2경기 평균자책점은 11.12로, 자신의 통산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간다면 최원태에게 한 번 더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지만,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PO 2차전이 비로 순연되면서 5차전 선발 등판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15일 열린 PO 2차전에 선발 등판한 손주영이 20일로 예정된 5차전에 4일 휴식 후 등판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KT 엄상백은 정규시즌에서 29경기에 등판해 156.2이닝을 소화하며 13승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높긴 하지만, 올 시즌이 역대급 타고투저임을 감안하면 용인 가능한 수준이다. 시속 140km 후반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러 159탈삼진을 솎아내는 등 이닝 당 1개를 넘기는 탈삼진 능력도 플러스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엄상백 역시 이번 가을야구에서 고개를 숙였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과 5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각각 4이닝 4실점, 2이닝 3실점(2자책)에 그치며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9.00에 달한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선발투수 매물이 별로 없다. 두 선수 모두 이번 가을야구에서 준수한 활약만 보였어도 ‘FA 대박’이 가능했다. 하지만 스스로 가치를 깎아먹으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거액을 부를 수 있는 기회를 걷어 차버렸다. 과연 두 선수가 이번 FA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