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부터 자신과 가족에게 가정폭력을 일삼은 할아버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선처를 호소하는 할머니의 말에 오열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정형)는 15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4)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에는 A씨의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출석해 손자의 선처를 호소했다. 할머니는 증인석에서 “(A씨가) 아직 어리고 순하고 착하다. 그날 술에 너무 취해 칼을 드는 모습을 나는 미처 못 봤다”며 “처벌을 적게 받기를 원한다. 제 목숨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발언을 듣고 있던 A씨는 오열했다.
앞서 A씨는 지난 8월 6일 오전 0시 30분쯤 술을 마시고 성동구 금호동에 있는 70대 할아버지 집을 찾아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인 할아버지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경찰에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 할아버지의 집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여러 번 접수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는 A씨와 할아버지 간 사건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유년 시절부터 자신을 폭행하고 할머니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건 당일 A씨는 자택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동안 누적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1월 19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릴 예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