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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대륙 동시 폭우 극단화… 선진국·저개발국, 대응도 양극화 [심층기획-지구촌 덮친 이상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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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17 06:00:00 수정 : 2024-10-17 16: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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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홍수 방어체계 갖춘 오스트리아
폭풍 보리스 닥쳤지만 순조롭게 대처
허리케인 강타한 美도 복구작업 순항

리비아, 폭풍에 댐 무너져 1만명 사망
阿 등 그나마 있던 인프라마저 초토화
“위기대응 국제공조 필요” 목소리 높아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 우리 앞에 직면한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새삼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지구 최후의 날을 맞이하듯 전 세계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지며 홍수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미국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유럽 등 무려 네 개 대륙이 예상을 뛰어넘는 폭우와 폭풍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12시간 동안 450㎜의 역사적인 강우량을 기록하는 등 폭우가 쏟아지며 남동부 지역이 완전히 마비됐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 체코, 루마니아 등 중부 지역을 폭풍 보리스가 휩쓸며 수백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도시들이 물에 잠겼다. 동남아시아의 베트남에서는 태풍 야기의 영향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 베트남 재난관리청이 발표한 사망자는 291명에 달한다.

 

남아시아 방글라데시에서도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강수량이 많기로 유명한 방글라데시에서도 50여년 만에 최악으로 꼽히는 폭우가 쏟아지며 40여명이 사망하고 3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네팔에서도 홍수와 산사태로 최소 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리카 차드는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이했다. 7월 시작된 홍수가 부실한 인프라로 인해 피해를 키운 탓이다. 유엔은 7월 이후 시작된 심각한 홍수로 차드에서만 341명이 사망하고 약 15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홍수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구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남부는 올해 들어 짐바브웨, 잠비아, 나미비아, 말라위, 레소토 5개국에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며 최악의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 유엔 식량계획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가뭄이 아프리카 남부의 2700만명 이상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경고했다. 극심한 가뭄과 집중호우가 연타로 이어지며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브라질 중부와 남동부 지역에서는 160여일간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진 뒤 지난 13일부터 내린 폭우로 10여명이 사망했다.

 

다만, 이렇게 전 세계에서 재난이 이어지고 있는 중에도 각 국가가 느끼는 아픔의 수준은 서로 다르다. 선진국의 경우 철저한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저개발국의 경우 극심한 지구환경의 변화가 피해로 고스란히 누적되는 상황이다. 극단적인 양극화의 국면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극단화된 기상현상

 

21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경고되던 지구온난화의 위협이 이제는 임계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도 기상현상에 대한 연구가 완벽하지 않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재해들의 원인을 정확하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재해들이 지구온난화의 영향권에서 발생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유럽을 휩쓴 폭풍 보리스는 차가운 극지방의 공기가 온난화로 한층 더 따뜻해진 지중해의 공기와 충돌해 과거 폭풍들의 5배에 달하는 강우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강우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더 강력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 중남부 지역은 지난달 홍수에 이어 10월에는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에 연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과거에는 드물게 발생했던 최상위 등급인 4등급과 5등급 허리케인들이 잇따라 발생한 건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수온이 원인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남부의 가뭄은 지구온난화와 동태평양의 수온이 따뜻해지는 현상인 엘니뇨가 겹치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기상재해는 점점 더 거세게 인간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전 세계가 프랑스 파리에 모여 합의한 파리기후협약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치를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지구는 지속적으로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지난해는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으며, 올해는 이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지구 대기가 뜨겁게 달궈져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된다는 의미로 기상재해의 위력 상승으로 직결된다. 지구 온도가 화씨 1도(섭씨 0.56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는 4%씩 더 많은 수분을 머금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기상학자 그룹인 월드 웨더 어트리뷰션(WWA)은 지난달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보리스와 같은 초거대 폭풍 발생 가능성이 2배 높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유럽은 산업화 이전 시대에 비해 7∼20% 더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강한 폭풍이 불고 빈번한 강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일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인 만큼 이런 재해도 전 세계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적도부터 극지방까지 어느 지역에 살고 있든 기상재해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뜻이다.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과학자 마이클 웨너는 “극한 현상은 모든 곳에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어디에 있든 재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센트럴유러피언대학교 교수이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간 패널 부의장인 다이애나 우르지보르사츠는 “우리는 언제, 어떤 유형의 사건이 올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불행하게도 더 심각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위기 대응도 양극화… 국제 공조 필요

 

문제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이 대륙별로,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선진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재해 대응 능력을 갖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최근 대형 홍수를 겪은 오스트리아는 중부 유럽을 덮친 폭풍 보리스를 순조롭게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과 2013년 두 번의 큰 홍수 피해를 겪은 이후 연간 6000만유로(약 890억원)를 홍수 방지대책에 투자한 결과다. 오스트리아의 홍수 위험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참여한 귄터 블뢰슐 빈 공과대학교 수자원시스템센터 소장은 “빈의 홍수 방어 시스템은 초당 1만4000㎥의 홍수 유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이 정도 규모의 홍수는 1501년에 마지막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재해 대비 인프라를 확충한 결과 지구온난화로 한층 강해진 재해에도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다.

 

미국도 9월 집중호우와 허리케인 헐린·밀턴에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복구 등은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리케인이 잦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리다주 등이 강풍과 폭우에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도로를 보강하고 습지와 같은 자연 홍수 장벽을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해온 덕분이다.

 

반면, 재해 대응 능력이 미진한 저개발 국가의 경우 가혹한 기상재해를 견딜 인프라와 재해관리 시스템이 없어 대규모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존재하던 인프라시설이 타격을 입으며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지기도 한다. 2023년 9월 폭풍 다니엘의 영향으로 댐 2개가 연달아 붕괴하며 1만명 이상이 사망한 리비아가 대표적인 예다.

 

인프라가 파괴된 국가는 향후 다시 찾아오는 기상재해에 더 취약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방글라데시, 네팔 등 국가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자연재해 속 대응 능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게다가 자연재해는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 잠재력까지 갉아먹는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홍수, 가뭄, 더위로 평균적으로 경제의 5%를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가 이미 극심한 상황인 경제적 양극화를 더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기후위기를 만들어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이들이 아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있다는 점이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2023년 기후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분위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에서 상위 10%가 무려 48%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점유했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소득 감소 등 피해 비중은 불과 3%에 불과했다. 반면 하위 50%는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이 12%에 불과했지만 피해 비중은 75%에 달했다.

이런 불균형 속 기후위기 대응에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적십자 기후센터의 기후 위험 컨설턴트 마야 발베르그는 “기후변화가 가속됨에 따라 각국은 공동체 방어와 대응 시스템을 더욱 회복력 있게 만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은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기상재해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이 지원되고 있다. 유엔은 지난달 “현재 101개국이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조기 경보 프로토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15년에 조기 경보 프로토콜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국가 수의 두 배에 달한다”면서 성과를 발표했다.

 

다만, 재해에 대한 근본적 대응이 되려면 저개발 국가에 대한 인프라 확충이 더 필수적이고 이에 따른 국제적 지원이 필요하다. 유엔대학교 환경 및 인간 안보 연구소 소속으로 연구 중인 나이지리아의 도시계획가 올라순칸미 하비브 오쿠놀라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도 중요한 인프라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해낸다면 이들 국가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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