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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테너 “관객은 왕, 앙코르 요청하면 기꺼이 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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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17 10:35:51 수정 : 2024-10-17 10: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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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테너 다니엘 프랑크, 17∼20일 무대에 하이코 뵈르너와 번갈아 탄호이저 연기
소방관, 록 밴드, 노래 코치, 음악·연극 교사 등 이력 다채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 “30분 밖에 안 걸려”
“안젤라 게오르규 서울 공연 돌발행동 논란 들어…안젤라 입장 이해하나 그런 태도는 잘못”
“바그너 작품, 마라톤 하다 마지막 구간에서 전력질주하는 느낌…나와 잘 맞아”
“오페라 보다 잠 들어도 좋으니 어려워하지 말고 편안하게 와서 느끼는 대로 즐기면 돼”

“오페라 공연 중 관객들이 앙코르 요청을 한다면 저는 기꺼이 할 겁니다. 관객은 왕이잖아요.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거니까요.”

 

국립오페라단이 17∼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바그너(1813∼1883) 오페라 ‘탄호이저’에서 탄호이저 역을 맡은 테너 다니엘 프랑크(49)는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지난달 내한 공연 때 돌출 행동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 “게오르규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공연에서 주인공 탄호이저를 맡은 테너 다니엘 프랑크가 예술의전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최근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프랑크는 “지난달 서울에서 벌어진 게오르규 논란을 알고 있다. 어떤 지휘자는 공연 중간 관객들이 박수치는 것조차 싫어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어쨌든 관객들이 감동을 해서 박수 치고 앙코르 요청도 하는 것이다. 관객이 있기에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만큼 관객 반응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마지막 날 공연 중 토스카를 맡은 게오르규는 3막에서 돌발 행동을 했다. 연인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환호하는 관객 요청에 따라 지휘자 지중배의 배려로 앙코르를 할 때 돌연 무대에 난입해 손을 휘저으며 불만을 표시한 것. 앙코르가 끝난 뒤엔 지중배 지휘자에게 다가가 다음 연주를 멈추게 한 뒤 “이건 독주회가 아니라 오페라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외쳤다. 그의 화난 표정과 목소리가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지며 그전까지 달아오르던 공연장 분위기가 식어버렸다.  

요나 김이 연출한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시연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프랑크는 “‘탄호이저’ 공연에서는 그런 일(앙코르 요청)이 없을 것”이라면서 “20분 정도 되는 탄호이저 아리아가 있는데 관객들이 똑같은 것을 다시 20분이나 듣고 싶을까”라며 웃었다. 

 

바그너의 역작인 ‘탄호이저’는 환락을 상징하는 사랑의 신 베누스의 유혹에 빠진 탄호이저가 연인 엘리자베트의 사랑과 희생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독일 전설과 중세 시대의 노래(시작·詩作) 경연대회란 소재를 결합해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 갈등, 관습과 통념에 반기를 든 예술가의 고뇌 등을 그린다. 바그너가 수십 년에 걸쳐 이 작품을 손질해 여러 수정본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건 1845년 초연한 ‘드레스덴 판’과 1861년 ‘파리 판, 1867년 ‘뮌헨 판’, 1875년 ‘빈 판’ 4가지다.

요나 김이 연출한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시연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스웨덴 출신인 프랑크는 이력이 독특하다. 7세 때 동네 소년합창단에 들어가 노래를 시작한 프랑크는 초등학생 시절 주변에서 오페라 가수라고 부를 만큼 노래를 잘했다고 한다. 실용음악과 연기 등을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 피아노와 드럼, 기타, 노래, 연기를 배웠다. 하지만 소방관이 꿈이었던 그는 고교 졸업 후 스톡홀름 공항에서 1년가량 소방관으로 일했다. 그러다 대학에 가 성악을 공부했고 졸업 후 보컬(노래) 코치와 록 밴드 활동하다 여러 초중고교에서 음악과 연극을 가르쳤다. “학교에 10년 동안 있으니까 좀 지겨워졌는데 솔리스트(독창)와 코러스(합창) 가수를 구하는 한 오페라단 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둘 다 지원해 오디션을 봤고 솔리스트로 합격해서 오페라 가수를 하게 됐죠.”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 폴크오페라단에서 메노티 오페라 ‘영사’의 존 소렐 역으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오페라 ‘은빛호수’의 세베린 역으로 바리톤에서 테너로 전향했다. “로시니의 작품을 할 때인데 어느날 공연을 보러 왔던 핀란드의 한 지역 음악협회 대표가 ‘당신이 오늘 밤 최고의 테너였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가수로 착각하신 것 같다. 난 바리톤이다’고 했더니 그가 ‘너 억지로 바리톤 소리 내는 것 같다. 편안하게 부르면 테너 같다’라고 했어요. 그때 저도 몰랐던 테너 소리를 찾은 거죠. 30분 만에 바리톤에서 테너로 바꿨습니다.”(웃음)

요나 김이 연출한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시연 장면. 국립오페라단 제공

프랑크는 스톡홀름 왕립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라히프치히 오페라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오슬로 콘서트홀 등에서 오페라 주역과 콘서트 솔리스트로 참여했고, 2012년 뒤셀도르프 암 라인 도이체 오퍼에서 ‘탄호이저’로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니벨룽겐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로엔그린‘ 등 바그너의 주요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데뷔 무대인 ‘탄호이저’만 해도 9번째 출연이다. 국립오페라단이 ‘탄호이저’ 전막을 올리는 건 1979년(한국어 번역 공연)에 이어 45년 만(독일어 공연)이다.  

 

그가 생각하는 ‘탄호이저’의 매력은 뭘까. “제가 바그너 작품 중 처음 접한 게 ‘탄호이저’인데 일단 이야기가 훌륭해요. 서사적인 면이 되게 좋고 캐릭터들이 납작한 게 없이 입체적이어서 흥미롭습니다. 관객들을 몰입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프랑크는 바그너 작품을 많이 하는 것과 관련해 “육상선수라고 치면 마라톤 선수가 될지 100m 단거리 선수가 될지는 신체 특성에 따라 정해지는 것처럼 바그너 작품이 나의 재능과 몸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바그너 작품은 대부분 길어요. 마라톤 선수처럼 달리다가 (종착지를 앞두고) 마지막 부분에서 100m 선수가 돼 전력질주하는 느낌인데 저랑 맞아요.”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 공연에서 주인공 탄호이저를 맡은 테너 다니엘 프랑크가 예술의전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들, ‘탄호이저’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일단 좋은 작품이니까 그 가치를 알아보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사로잡는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가 무대에서 전달하는 감정이나 음악 등을 그대로 느끼고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오페라 ‘파르지팔’을 보는데 옆자리 음악평론가가 잠들어 내 어깨에 기댄 적도 있다”며 “오페라 보다가 잠 들어도 괜찮으니 애호가든 입문자든 편안하게 극장에 와달라”고 했다. 

 

요나 김이 연출한 이번 공연은 중간 휴식(인터미션) 2회를 포함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탄호이저 역에 하이코 뵈르너·다니엘 프랑크, 엘리자베트 역에 레나 쿠츠너·문수진, 베누스 역에 쥘리 로바르장드르·양송미가 출연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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