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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위험하지만 귀한 ‘화경솔밭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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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17 23:07:10 수정 : 2024-10-17 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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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철이면 독버섯 관련 사고 뉴스가 자주 보도된다. 야생에서 자라는 버섯은 주로 9~10월에 채취하는데 사람들이 독버섯을 식용으로 착각하고 먹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사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버섯이 바로 ‘화경솔밭버섯’이다.

화경솔밭버섯은 우리가 흔히 먹는 느타리버섯과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경솔밭버섯은 짙은 갈색의 갓과 갓 표면의 주름살이 담황색이지만, 느타리버섯은 회갈색의 갓과 갓 표면의 주름살이 흰색이다. 또한 화경솔밭버섯은 자루에 턱받이가 있고 잘랐을 때 절단면이 검게 변하지만, 느타리버섯은 자루가 매끈하고 잘렸어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이런 특징 때문에 화경솔밭버섯을 ‘독느타리버섯’이라고 부른다.

가을에 고사한 서어나무 고목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경솔밭버섯은 전국적으로 서어나무 숲이 발달한 곳에서 서식하지만 개체 수가 그리 많지 않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된 귀한 생물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중에서 버섯은 화경솔밭버섯이 유일하다.

누군가는 먹지도 못하는 독버섯이 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경솔밭버섯은 다른 버섯과는 구별되는 큰 특징이 있다. 화경(火鏡)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버섯은 야간에 빛을 낸다. 밤에 빛을 내는 이유는 곤충을 유인한 뒤 포자를 멀리 퍼트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화경솔밭버섯이 만들어 내는 형광물질 중 ‘일루딘’이라는 성분이 항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는데, 현재는 이 성분의 독성을 제거하고 항암제로 활용하려는 신약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되듯이 독성 등으로 지나쳐 버린 야생생물에서 유용물질 성분이 발견되는 연구결과가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야생생물을 소중히 보전하고 유용성을 탐색하는 연구에도 매진해야 할 것이다.

김신일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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