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정정 허가가 숙의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랜스젠더(스스로 정체화하고 표현하는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이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assigned gender at birth)과 일치하지 않는 사람)가 음지를 벗어나 모습을 드러내며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식이 바뀐 가운데, 최근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고도 성별을 바꿔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는 트랜스젠더 들은 성 정체성을 앞세우지만 신체는 남성이다. 이에 여성들 사이에서 불편한 목소리도 작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도 이런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별정정에 소요된 처리기간은 평균 2.6개월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6건의 성별정정 신청에 대해 평균 18일 만에 허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해 법원 성별정정 처리 건은 모두 200건으로 그중 허가 169건 (84.5%), 불허 15건 (7.5%), 기타 16건이었다.
이같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신청인도 성별정정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대법원 예규 개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2월 법원은 유일한 성별정정 기준이었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제6조를 개정하며 기존 성별정정 기준을 '허가기준'에서 '참고사항'으로 변경했다. 성별정정 허가를 위해 필수조사 사항이었던 성전환 수술 여부, 혼인 여부, 미성년 자녀 여부 등이 단순 참고 사항으로 변경된 것이다.
이처럼 성별정정 최소한 요건이자 기준이었던 성전환 수술 여부를 법원이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호르몬 치료나 정신과 치료만 받는 경우도 손쉽게 성별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이에 갈수록 완화되는 법원의 성별정정 허가 기준이 사회적 부작용이나 위험을 간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배숙 의원은 “성별정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기준인 성전환 수술까지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명확한 기준을 통해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별 정정을 둘러싼 논란은 영국, 미국과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각종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남성이 트랜스젠더임을 주장하며 남성 교도소에서 여성 교도소로 이감된 뒤 수감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또 미국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이 여성임을 주장하며 미국대학선수권 여자 수영대회에서 우승하자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일본에서는 남성으로 태어나 호적도 남성이지만 성 정체성은 여성인 트랜스젠더가 직장에서 여자 화장실 사용에 불편함이 따르자 피해를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회사는 여성 직원 등의 항의로 여자화장실 이용을 일부 제한했지만 A씨는 근무처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결국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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