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자 “결혼 안할 건데 10만원 ‘기부천사’ 되긴 싫다”
가을철 결혼 성수기를 맞아 예비부부들이 주요 호텔 예식장으로 몰리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들지만, 일부 호텔은 이미 내년 말까지 예약이 마감됐다고 한다.
19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미혼 남녀 500명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혼남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결혼식 장소는 ‘호텔 예식장’(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지난달 2~3일 현재 결혼 계획이 있는 미혼남녀 총 500명(남성 250명·여성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년간 결혼식이 급감하며 중소 예식장이 줄줄이 폐업한 게 되레 이같은 특급호텔 결혼식 수요를 오히려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국세통계포털을 보면 2018년 1030곳이던 전국 예식장은 2022년 말 기준 759곳으로 26.3% 준 반면, 혼인 건수는 2022년 19만1690건으로 1970년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한 뒤 2023년 19만3657건으로 반등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웨딩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 식대·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웨딩홀 대여 등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렸다.
예비부부들은 그중에서도 결혼식장 식대가 대폭 인상됐다고 체감하고 있다. 식대가 오르면서 하객들의 축의금 부담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간 기본 5만원, 가까운 관계인 경우 10만원 안팎을 축의금으로 내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고물가에 이런 통념도 바뀌고 있어서다.
친분에 따라 축의금을 다르게 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객들이 비싼 식대를 고려해 축의금을 더 내는 분위기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난다. 최근 신한은행이 발간한 ‘2024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지인의 결혼식에 가지 않는다면 축의금으로 5만원을 낸다는 사람이 전체의 5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만원을 낸다고 답한 사람이 36.7%, 20만원이 3.3% 순이었다.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는 경우 10만원을 낸다는 의견이 67.4%로 가장 높았다. 식대가 비싼 호텔 결혼식의 경우 축의금으로 10만원을 낸다는 응답이 57%였다.
한편 최근 비혼주의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축의금 관련 논쟁도 적지않다.
비혼자 입장에서 보면 5만원이든, 10만원이든 결과적으로 돌려받지 못할 돈이기 때문이다. 20·30대에 열심히 식장 찾아다니며 축의금 냈는데 만약 자신은 결혼하지 않을 경우 '기부천사' 되는 셈이기 때문.
나홀로 웨딩드레스, 턱시도를 입고 '비혼식'을 올리는 MZ세대가 생겨나기도 했다. 비혼을 선언한 친구가 결혼한 친구들에게 여행비용을 보태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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