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은 외부의 어떤 자극없이 귓속이나 머리 속에서 들리는 잡음이다. 방음된 공간에서는 사람의 95%가 작은 이명을 느끼지만, 이는 임상적으로 이명이 아니다. 소음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명이라고 부른다.
최근 이 이명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발생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한상윤 교수팀과 서울시 보라매병원 김영호 교수 연구팀의 공동연구 성과다.
연구팀은 60세에서 80세 사이의 경도인지장애환자 중 청력 수준이 40데시벨(dB) 이하인 성인 30명을 최근 6개월 이상 이명이 동반된 7명과 동반되지 않은 23명으로 나눴다. 이들에게 자기공명영상(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활용해 뇌의 활성화 영역과 아밀로이드 침착 등을 분석했다. 아밀로이드는 여러 개의 단백질이 뭉쳐진 응집체로, 이게 조직에 축적되면 조직이나 장기를 손상시킨다.
연구결과 이명이 동반된 경도인지장애환자군은 이명이 없는 환자군에 비해 대뇌 측두엽에서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축적된 것으로 나타났다. 뇌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 이명이 동반된 환자군에서 하전두엽, 섬엽, 전대상피질 등에서 대사활동이 증가했다.
또 연구팀은 이명이 동반된 환자군의 대사활동은 휴식 상태와 관련된 기본모드신경망에서 더 활발하고 목표지향적 행동과 문제 해결과 관련된 실행제어신경망에서는 상대적으로 활동이 낮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상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도인지장애환자에서 이명이 동반되면 측두엽에서 뇌 안의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이 증가하고 뇌의 대사활동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햇다.
김영호 교수도 “이번 연구가 이명이 경도인지장애환자의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기 지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단 것을 시사한다”며 “향후 측두엽 퇴행 및 우울증 예방과 조기 진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노화신경과학 최신연구(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인용지수 4.774)’ 9월 온라인판에 ‘이명을 동반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뇌 구조적, 기능적 차이에 대한 비교 연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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