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헌법소원…청구인 약 4만명 사건도
“신속한 재판 위해 헌법연구관 증원 절실”
#1. 2019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군 인력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대체할 인력으로 투입됐다. 한국철도공사에서 파견을 요청받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에 노조는 그해 12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단체행동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2. 2019년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 사건도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관, 당직자 35명,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보좌관, 당직자 44명 등 총 79명을 기소유예 처분했다. 양측은 이듬해 3월 각각 헌법소원에 나섰다. 이들은 검찰을 향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 두 사건은 헌재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다. 지난 14일 헌재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재판관 6명으로도 사건을 심리할 수 있게 됐으나, 재판관 3명 공석 사태가 길어질수록 사건 적체는 심해질 전망이다.
헌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헌재의 미제 사건은 1215건에 달한다.
헌법소원이 1165건으로 대부분이다. 청구 내용별로 보면 입법권이 650건으로 가장 많고, 행정권 471건, 사법권 20건 등이다.
2021년 12월 청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 증명 및 음성 확인제 지침 관련 사건, 2022년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른 개정 형사소송법상 고발인 이의신청 불가 관련 사건, 지난해 8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결정 관련 사건, 지난해 12월 조력 존엄사 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 사건 등이 있다.
이 중 후쿠시마 오염수 사건의 청구인은 어업인, 수산 식품 업자, 제주 해녀 등 약 4만명이다. 해양 환경 단체 대표자를 후견인으로 한 남방큰돌고래도 청구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위헌법률 심판은 38건, 권한쟁의 심판과 탄핵 심판은 각 10건, 2건이다. 위헌법률 심판 사건으로는 2022년 11월 서울고법이 제청한 성폭력 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관련 사건 등이 있다. 권한쟁의 심판 사건엔 지난해 7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녀 특혜 채용 비리’ 관련 감사원의 직무 감찰 등 감사가 독립적 업무 수행권을 침해한다며 중앙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청구한 사건이 있다. 탄핵 심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외에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손준성 검사 사건이 있다.
헌법재판소법상 심판 기간인 180일을 넘긴 미제 사건은 전체의 69.3%, 842건이다. 구체적으로는 △180일 경과∼1년 이내 214건 △1년 경과∼2년 이내 289건 △2년 경과 339건이다.
헌재는 헌법재판의 신속성 향상을 위해 사건 심리·심판에 관한 조사와 연구를 담당하는 헌법연구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연구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영진 전 재판관도 17일 퇴임사에서 “우리 재판소에 대해 신속한 사건 처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양적으로 접수 사건의 수가 증가하는 것과 함께 질적으로도 보다 심도 있는 헌법적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 사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속한 사건 처리를 위해선 헌법연구관을 획기적으로 증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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