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서도 '오픈런'…정책대출도 조이기 시작하나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 은행권이 집단대출(잔금대출)도 조이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에 포함되는 잔금대출의 경우 지난달 올해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조이는 것이다.
이달 주담대 잔액 증가 폭은 크게 줄었다. 주담대 심사 강화 정책에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이 효과를 내는 것이다. 다만 최근 기준금리 인하 단행이 가계부채 위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 금융당국은 사전 리스크 차단에 나섰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1조 68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730조 9671억 원) 대비 7221억 원 늘어난 액수다.
그간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증가분은 1000억 원도 밑돌았다. 지난 17일 기준 주요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74조 6761억 원으로, 지난달 말 574조 5764억 원 대비 997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뿐만 아니라 은행권 자체 시행 중인 가계대출 대책이 효과를 낸 영향이다. 정책 강화 전 '막차타기' 수요가 몰린 기신청 대출접수 건이 점차 소화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의 다음 타깃은 집단대출이다. 주담대, 전세대, 신용대를 조인 데 이어,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에 대한 잔금대출을 중단하면서다. 이미 국민·우리은행이 잔금대출을 중단했다. 중도금·이주비 대출을 실행한 사업지는 제외지만, 사실상 신규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상반기 경쟁적인 영업을 펼치던 것과 대비된다.
'풍선 효과' 방지를 위해 다른 은행도 집단대출 제한에 나설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단하지 않더라도 당분간 신규 영업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5대 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 1771억 원 늘었다. 올해 들어 최대 증가 폭이었다. 1월(1조 1279억 원), 6월(805억 원)을 제외하고 2~5월, 7~8월 잔액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이달의 경우 지난 17일까지 2004억 원 줄었다.
시중은행서도 '오픈런'…신한銀, 대출 신청 시간도 줄여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에서도 '오픈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접수 시작과 함께 일일 한도가 모두 소진되며, 오전부터 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대출 상품 운영 시간도 지난 15일부터 제한 중이다. 주담대, 전세대, 신용대가 대상이다.
기존 신용대는 24시간 비대면 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오전 9시~오후 10시로 제한했다. 오전 6시~오후 10시까지 신청할 수 있었던 주담대, 전세대는 3시간이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실수요자 위주 공급 차원에 일일 한도도 제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이 오전 중 한도가 마감되는 '오픈런'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일일 한도를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원활한 자금 지원을 위해 접수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의 경우도 오전 11시경 한도가 모두 소진돼 '준비된 한도가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내일 다시 방문해주세요' 문구로 안내하기도 했다.
정책대출도 조이기 시작하나…디딤돌대출 규제 돌연 연기
주담대, 전세대, 신용대출에 이어 은행권은 정책대출도 조이려는 분위기다. 국토부·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디딤돌대출 취급 요건 강화에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는 실수요자 반발과 함께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이어지자 돌연 규제를 연기했다.
디딤돌대출 규제는 구체적으로 △방공제(소액임차보증금) 필수 진행 △생애최초 담보인정비율(LTV) 80%→70% △준공 전 신축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후취담보 제한 등이다. 방공제의 경우 서울 지역이면 5500만 원가량 한도가 줄어들 수 있고, 후취담보 제한의 경우 디딤돌대출로 당장 잔금을 치르기에 애로가 발생한다. 생애최초 LTV 제한에 따라 대출한도가 줄어들어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됐다.
당초 은행권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격심사 신청일 기준 디딤돌대출의 한도를 일부 제한하기로 했으나, 정부의 잠정 유예 방침에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24일 국토부 종합 국정감사 때 최종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정책대출에 손을 댄 만큼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은행권은 이미 금감원 요청에 따라 정책대출도 자체적으로 DSR을 적용해 산출 중인데, 추후 이를 바탕으로 지역·소득별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시중은행 대출 '풍선 효과'…지방은행 주담대 금리 속속 인상
지방은행도 가계대출 속도 조절 차원에서 속속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BNK경남은행은 'BNK모바일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35%p 인상했다. 시중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며 쏠림 현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경남은행은 지난 8월 말에도 주담대 금리를 0.2%p 올리기도 했다.
iM뱅크는 세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달 4일 주담대 금리를 0.5~0.6%p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에도 가산금리를 0.65%p 인상했다. 지난 15일에도 5년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16%p 인상했다.
전북은행도 지난 16일부터 주담대 가산금리를 0.16%p 올리며 인상 행진에 동참했다.
특히 경남은행, iM뱅크는 수도권 주담대도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대출 쏠림에 '일손 부족 현상'이 발생한 iM뱅크 수도권 소재 9개 지점은 이달 31일까지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경남은행은 비대면 접수를 중단했다. 지방 부동산 실수요자를 감안한 취지다. 다만 영업점 창구를 통한 상품 가입은 중단하지 않았다.
2금융권으로도 번져…보험사 다주택 대출 중단, 금리는 인상
2금융권의 경우 다주택자 대상 추가 주담대를 중단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감축 대응 회의를 열고 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다. 방공제 가입을 중단하고,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 제한도 거론됐다.
2금융권 주담대 잔액 증가 폭이 8월 3000억 원에서 9월 7000억 원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담대 금리도 줄줄이 인상했다. 생명보험업계 1~3위 삼성·한화·교보생명이 줄줄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완전한 무주택자만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거치형 대출 취급도 중단한 상태다. 대출 심사 인력이 부족한 하나생명의 경우 주담대 취급을 아예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하향 안정화 추세가 이어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필요시 모든 감독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리 개입으로 시장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 "적절한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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