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혐오 표현 많은 신어, 철저히 걸러내는 게 미디어 책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4-10-20 14:37:08 수정 : 2024-10-20 14:37:0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신조어 범람과 미디어의 대응’
주제로 관훈클럽 세미나 열려
학자·언론인, 활발한 의견 교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언어, 곧 신어(新語)도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신어 중 상당수가 특정 대상에 대한 비하나 조롱, 심지어 혐오의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미디어의 자정 기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관훈클럽(총무 직무대행 김승련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18일 제주 서귀포 칼(KAL)호텔에서 ‘신조어 범람 시대, 미디어의 대응’이란 주제로 관훈클럽 세미나를 개최했다. 1957년 창립돼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관훈클럽은 중견 언론인들의 연구·친목 모임을 표방한다. 1987년부터 한국 언론계 현안, 선거 보도, 남북 관계 등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있다.

 

발표를 맡은 유현경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신어와 미디어 문화’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최근 들어 신어가 급증하는 원인을 소개하고 SNS 등에서 활발히 유통되는 신어의 특징을 분석했다. 아울러 신문, 방송 등 미디어가 이 같은 신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18일 제주 서귀포 KAL 호텔에서 관훈클럽 총무 직무대행인 김승련 동아일보 논설위원(가운데)의 사회로 ‘신조어 범람 시대, 미디어의 대응’이란 주제의 관훈클럽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왼쪽은 발제자인 유현경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오른쪽은 토론자인 강재형 MBC 플레이비 대표이사. 관훈클럽 사무국 제공

신어란 새롭게 창조된 말인 ‘신생어’와 기존 언어재를 바탕으로 생성된 2차 어휘에 해당하는 ‘신조어’를 더한 개념이다. 유 교수는 최근 신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배경에 대해 “웹과 모바일 환경에서 의사소통이 증가한 것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NS의 활성화로 권위있는 전문가나 집단, 기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새로운 말을 만들고 유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치킨과 맥주를 합쳐 ‘치맥’이라고 한 단어로 만들어 쓴다든지, 멍멍이(개)를 ‘댕댕이’이라고 부른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한국을 비롯해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코로나19 관련 신어가 등장한 점을 거론하며 “신어 분석을 통해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도출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제는 신어가 특정 대상에 대한 비하나 조롱, 심지어 혐오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개’, ‘돼지’, ‘충’(蟲·벌레) 등 동물이나 ‘극’(極), ‘헬’(hell·지옥)처럼 극단적 단어가 포함된 신어들이 대표적이다. 어린이에서 ‘린이’를 차용한 ‘주린이’(주식 초보자), ‘골린이’(골프 초보자) 같은 표현도 그렇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린이’를 “아동 비하 표현”으로 규정하며 “공공언어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 교수는 신문, 방송 등 미디어 종사자들에게 “부주의하게 사용된 혐오적 신어들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차별적인 언어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나 유통되던 조롱, 비하, 혐오 등 의미가 담긴 신어가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 같은 미디어에까지 등장하는 경우 대중은 ‘아, 저 표현은 써도 되겠구나’ 하고 여기기 쉽다. 유 교수는 바로 이 점을 들어 “미디어에서 혐오적 신어 사용에 대한 자율적 규제가 필요하다”며 언론 매체들을 향해 자정적 노력을 당부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재형 MBC 플레이비 대표이사는 유 교수의 발표 내용에 공감을 표시했다. 1987년부터 35년 이상 MBC 아나운서로 일한 뒤 현재는 MBC 자회사를 이끌고 있는 강 대표는 “신어 사용과 관련해 미디어의 잣대가 엄중해야 한다”며 “대중이 신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미디어조차 이를 그대로 따라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김태훈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권은비 '매력적인 손인사'
  • 강한나 '사랑스러운 미소'
  • 김성령 '오늘도 예쁨'
  • 이유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