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A2, 탄약·장약 장전 ‘100% 자동화’
자주포 운용인원 5명서 3명으로 줄여
차륜형 선호하는 서유럽국 수요 감안
상용트럭 플랫폼 활용 등 유연성 강화
지대함 공격 가능한 천무 다연장로켓
필리핀 수주전서 상당한 경쟁력 기대
◆성능 강화되는 K9 자주포
한국군의 주력 자주포이자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판매 실적을 올린 K9을 만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K9보다 우수한 신형 자주포를 개발, 한국군 포병 능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4~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협회(AUSA) 방위산업전시회에 참가했다. 글로벌 지상 무기체계 방위산업체들이 총집결한 전시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동포탑이 탑재된 K9A2 자주포 실물을 전시했다.
한국군에서는 K9의 사격통제장치 등을 개량한 K9A1이 쓰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휴전선 일대 북한군 포병을 신속하게 제압하면서, 기술적으로 한층 발전된 체계를 사용하는 K9A2의 체계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K9A2의 핵심은 무인포탑이다. 포탑에 장착된 155㎜ 포신에서 발사되는 탄약과 장약을 100% 자동으로 장전할 수 있다. 유사시 분당 최대 9발을 발사, 신속하고 집중적인 포격이 가능하다. 포탑 자동화를 통해 운용 인원은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한다. 기존 철제궤도 대신 복합소재를 활용한 궤도를 적용해 차체 진동과 소음을 대폭 줄였다. 이는 자주포 승무원의 피로를 감소시켜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M109A7 팔라딘 자주포를 사용하고 있는 미 육군은 새로운 자주포 도입 사업(SPH-M)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포병의 정밀타격 및 장거리 포격 능력이 중시되고 있지만, M109A7으로는 변화한 전쟁 양상 대처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기존에 개발된 자주포 중에서 새롭게 사용할 만한 기종을 살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라인메탈 미국 법인, 미국 제너럴 다이내믹스 랜드 시스템스, 이스라엘 엘빗 시스템스 미국 법인, 영국 BAE 보포스와 함께 사업 참여 후보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군사전문매체 제인스는 “내년 1월에 제안요청서(RFP)가 나올 예정”이라며 “최종 경쟁 평가는 같은 해 11월쯤 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9월과 지난 4월 미 육군 유마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실사격과 기동 시연을 실시, 미 육군이 사용하는 포탄과의 호환성을 증명했다. 미국이 개발한 엑스칼리버 사거리 연장탄 발사 시연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 방산법인(한화디펜스 USA) 마이크 스미스 법인장은 “K9은 세계에서 가장 검증된 자주포 솔루션으로 장거리 화력 성능은 물론 유·무인 복합운용 기술 적용도 가능해 미 육군의 요구 성능에 가장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9A2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K9A3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2∼5일 충남 계룡시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는 K9A3를 비롯한 신형 자주포 체계가 소개됐다. K9A3는 K9A2 포신을 늘려서 최대 사거리를 80㎞로 연장할 예정이다. K9 사거리의 두 배에 달한다. 포신 수명 연장을 위한 크롬도금 기술 등을 적용해 분당 최고 발사속도를 10발 이상으로 높이게 된다.
K9A3는 유·무인복합체계(MUM-T)를 통해 무인화를 더욱 높인다. 수㎞ 떨어진 곳에서도 지휘차량과 통신을 하면서 원격주행과 자율종속주행·배치·방열·원격사격을 할 수 있다. 새롭게 개발할 예정인 K11A1 지휘차량 1대에 탑승한 지휘관 1명과 운용병 3명이 K9A3 3대를 원격 자율 운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K9A3 차체 전면에는 라이다(LiDAR·자율주행 보조장치)와 주행카메라, 측면엔 주행보조카메라, 포탑 상부엔 원격통신장치를 장착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노린 화포 체계도 준비
K9은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자주포지만, 세계의 모든 포병 관련 수요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대규모 화력전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포격의 정확성과 더불어 높은 수준의 기동력이 요구되고 있다. 전선 곳곳에서 들어오는 지원 포격 요청에 신속하게 응하고, 사격 직후 적군의 반격을 피해 다른 장소로 빠르게 이동하려면 트럭에 탑재된 차륜형 자주포가 필요하다.
지역적 특성도 있다.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대규모 전면전 위험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북·동유럽 국가들은 K9처럼 궤도형 자주포를 선호한다. K9을 구매한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평야가 많고 도로가 발달해 있으며 해외에 식민지를 갖고 있어서 파병이 잦은 서유럽에선 기동력이 우수하고 수송기 탑재가 쉬운 차륜형 자주포를 원한다. 유럽 밖의 분쟁지역에 병력을 파견할 때, 수송기에 실을 수 있는 차륜형 자주포는 현지 파견군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 4월 영국이 K9A2 대신 독일산 차륜형 자주포 RCH-155 도입을 결정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차륜형 자주포 개발이 진행될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A2를 통해 확보할 무인포탑 기술을 이용해 차륜형 자주포를 개발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들려는 차륜형 자주포는 대형 트럭에 무인포탑과 포탄 40발을 탑재하는 형태다. K9A2와 같은 화포를 장착하지만, K9A3에 장착될 화포도 탑재할 수는 있다. 분당 8발을 사격하며 전투중량은 40t 이하, 승무원은 2∼3명이 탑승하며 사거리는 40㎞다. 항속거리는 700㎞, 최고속도는 시속 100㎞에 달한다.
차체는 현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차륜형 자주포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천무 다연장로켓 발사차량을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AUSA에서는 미국 맥 트럭사의 트럭 차체에 K9A2 자동포탑을 얹은 콘셉트가 등장했다. 이는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유연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잠재적 구매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트럭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면 조달 단가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만든 펄스(PULS) 다연장로켓은 유럽에서 판매하는 상용트럭을 차체로 쓰고 있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군과 더불어 폴란드 등에 수출된 천무 다연장로켓은 사거리 연장 및 군함 공격 능력을 갖추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천무의 제작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5~2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ADAS 2024)에서 천무와 로켓탄을 함께 소개했다. 필리핀군은 다연장로켓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미군의 하이마스(HIMARS)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 등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의 정세를 감안해 대함탄도미사일(ASBM) 개념이 적용된 로켓탄을 제안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CTM-290 전술미사일(사거리 290㎞)과 더불어 CTM-MR(사거리 160㎞), GR-080(사거리 80㎞)과 더불어 ASBM으로 쓸 수 있는 로켓탄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항법장치(GPS)·관성항법장치(INS)로 구성된 복합항법체계에 적외선 탐색기를 장착하면, 차가운 바다 위에서 열기를 뿜어내는 군함을 정확히 포착해 타격할 수 있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해상 방어가 중요하므로 지대함 공격능력이 포함된 천무는 수주 경쟁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전망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