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 우려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급식카드’를 호프집, 포차, 이자카야 등에서 부정 사용한 사례들이 다수 적발됐다. 결식아동을 위한 복지카드가 부모나 가족 등의 부정 사용 탓에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는 사례가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앞선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지자체에서 받은 ‘아동급식카드 사용 현황’ 자료를 보면, 경기도는 올해 상반기에 58건의 아동급식카드 부적절 사용처 결제 내역을 적발했다.
이용자들은 호프집·포차·이자카야 등에서 카드를 사용했으며, 이 중 일부는 심야 시간대에 결제했다. 4개월 동안 경기도 A포차에서 무려 50회나 쓴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아동의 부모가 부정 사용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는 부적절 사용처로 적발된 업체들을 카드 가맹점에서 제외처리 했다.
이런 부정 사용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결식아동 급식카드 이용이 가능한 가맹점이 지난 5년 새 대폭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이자카야나 요리주점, 포장마차 등 19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이 이용하기 부적절한 음식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과 아동이 이용하기 부적절한 음식점 중 실제로 아동급식카드가 이용된 곳도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편의점에서 술안주를 사는 경우도 있다. 세계일보와 통화한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아동 복지카드를 들고 편의점을 찾은 일부 어른은 카드로 1만5000원어치 이하만 쓰고 초과분은 현금으로 계산했다. 당사자들은 이 카드로 생면류(기름에 튀기지 않은 우동 등의 면 음식)를 사거나 술은 현금으로 구매하고 소시지 등 술안주를 복지카드로 결제했다.
A씨는 “아이들이 복지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은 한 번도 못봤다”며 “복지카드 부정 사용 실상을 관할 B구청에 신고했지만, 구청은 폐쇄회로(CC)TV 등 증거자료를 요구할 뿐 조사나 제재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난한 아이들이 굶지 않도록 돕기 위한 복지카드가 엉뚱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알리고 싶었지만 아르바이트생 신분으로 직접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해 제출하기 어려운 자신에게 구청이 증거자료 제출만 요구하니 답답했다는 것이다.
그는 “결식아동을 지원한다는 복지카드 제도의 좋은 취지가 퇴색될까 걱정된다”며 “라면이 해롭다고 (복지카드 구입품목에서) 제외하기보다 안주류로 먹을 수 있는 소시지 등을 제한하는 게 나은 거 같다”며 “아동 복지카드 사용 시 신분증 검사를 한다거나 영수증만으로도 신고를 가능하게 하면 부정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복지카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식아동의 급식 지원을 위해 만들었다. 지자체별 지원금은 1일 약 4000원에서 8000원 한도다. 발급 대상은 △기초생활수급 가구의 아동 △법정 한 부모 가정의 아동 △긴급복지 지원 대상 가구의 아동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의 양육능력이 미약한 가구의 아동 등으로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52% 이하 가정의 결식 우려가 있는 고등학생 이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이밖에 학교 담임교사, 사회복지사, 통·반장, 담당 공무원 등이 추천하는 아동은 아동급식위원회를 거쳐 급식 지원 여부를 결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식 우려가 있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 28만명에 달한다. 이 카드는 주민자치센터가 가맹 음식점과 슈퍼마켓, 편의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충전해 법정 보호자에게 발급해준다.
다만 술이나 담배를 비롯한 라면이나 커피, 과자, 초콜릿, 기타 생활용품 등은 구매 할 수 없도록 하고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부 부도덕한 보호자에겐 의미가 없다. 술을 현금으로 구한 후 안주를 복지카드로 계산하는 등 제도적 허점을 노려 부정 사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를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했으나, 지자체 모니터링 인력 부족 등으로 부정 사용 단속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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