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연평균 수익률 2.35% 불과
국민 노후 위해 기금형 도입 검토해야
금융감독원이 통합연금포털에 어제 올린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를 보면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42개 금융사(보험사 16개·은행 12개·증권사 14개)가 지난해 수수료로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1774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고, 이어 신한은행(1699억), 삼성생명(1419억), 하나은행(1308억), 우리은행(1170억), IBK기업은행(1075억) 순이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1분기 현재 385조7000억원에 달한다. 적립금 규모는 연평균 약 9.4% 성장세를 보이면서 10년 뒤에는 지금의 2.4배인 940조원에 달해 '1000조원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지만, 연금 운용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형편없이 낮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정도 수익률을 보인 것도 지난해 주식시장 강세 등에 힘입어 전년(0.02%)보다 수익률(5.25%)이 많이 회복한 덕분이라고 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63%인 국민연금 수익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으로 금융권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가입자들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투자 전문가에게 운용을 일임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DB형이든 DC형이든 가입자가 스스로 민간 금융기관과 계약해서 어디에 투자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위험성·변동성이 높은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금마저 까먹을 위험 때문에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골라서 장기간 방치하기 일쑤다.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여 국민 노후 보장을 도우려면 지금처럼 DB형에 쏠리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사들이 ‘앉아서 수수료만 챙기는’ 행태를 막고 수익률 경쟁에 나서도록 정책 유도를 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정치권에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 8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기금형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민간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 사업자로 지정할 경우 민간 자본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 금융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실효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가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서는 국민의 노후 생활을 충실히 챙기는 일이야말로 그 어는 것보다도 중요한 민생 정책이다. 정부와 금융사들은 퇴직연금의 쥐꼬리 수익률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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