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최악의 ‘정쟁 국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난무하면서 행정부 활동을 입법부가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원래 취지는 실종됐다. 민주당이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씨 의혹 등을 제기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부각하며 맞서는 흐름이 계속됐다. 이런 식으로 국감이 진행되다 보니 새로운 성과라고 꼽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한심한 맹탕 국감이 되어 버렸다.
‘기승전 김건희’ 공세를 이어간 야당은 김 여사 관련 증인을 100명 넘게 채택했다. 피감기관 소속의 기관증인이 아니라 일반증인이 대부분이다. 법사위의 경우 지난해 6명이던 것이 올해 85명으로 크게 늘었다. 과방위도 지난해 0명이었는데 올해 149명에 달했다. 김 여사 의혹과 관련된 증인에 대해서는 야당 주도로 총 27건의 동행명령장도 의결됐는데 역대 최고치 기록이다. 지난해까지 연평균 2.6건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정쟁용 이슈에서 비켜 선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국감장에 출석해 말 한마디 못 하고 종일 대기만 했다. 국감 1∼2주차에 630개 피감기관 가운데 209개(33.2%)가 아무런 질문도 받지 못했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 대표를 죄인처럼 다루고, 가야금 연주를 ‘기생집’으로 비하하는 등 막말·갑질도 끊이지 않았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여당 보이콧 등으로 국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2016년을 제외하면 올해 국감이 최악”이라며 ‘D마이너스’ 평점을 줬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최민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의 ‘마이크 갑질’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감 NGO 모니터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두 위원장은 의원 평균 질의 시간의 5배 이상 발언했다. 두 위원장은 여당 의원에 대해 ‘발언권 중지’ 조치도 반복해 취했다.
1987년 개헌으로 부활한 국감은 날카로운 정책 감시의 장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언제부턴가 정쟁의 무대로 전락했다. 아무리 정국이 긴박해도 국감 본연의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약 800개로 늘어난 피감기관을 20여일 만에 감사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국감의 졸속·부실화만 심화시킨다. 정치권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오래전부터 제기된 국감 무용론의 확산을 막지 못할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