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기존 10%에 최대 35.3%P 추가
조사 미협조 상하이차 등 관세율 최고
中 “WTO 제소… 필요한 모든 조치” 반발
양측 협상 지속… 입장차 커 타결 난망
로이터 “中, 관세 찬성국 투자 중단 지시”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중국은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를 강하게 비난했다. 양측 모두 협상의 길을 열어놓고 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무역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반보조금 조사 결과 중국산 전기차 수입품에 대해 5년간 확정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확정관세 부과와 관련한 이행규칙이 이날 오후 게재됨에 따라 인상된 관세는 30일 0시부터 적용됐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에는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7.8∼35.3%포인트의 추가 관세가 부과돼 최종 관세율은 17.8∼45.3%가 된다.
관세 폭은 업체별 혹은 EU 조사 협조 여부에 따라 차등이 있다. 상하이에 제조공장을 둔 미국 테슬라는 17.8%의 최저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가장 높은 관세를 내야 하는 업체는 상하이자동차(SAIC)를 포함해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업체들이다. SAIC는 이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해 이번 사안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제소,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는 집행위가 조사에 착수한 지 1년여 만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연례 정책연설에서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전기차가 값싼 가격에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며 직권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중국 측이 관세를 내지 않는 대신 ‘판매가 하한선’을 정해 수출하겠다고 제안하며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실무협상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일단은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확정관세 부과가 시작되더라도 상호 합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협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측 간 입장 차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EU를 상대로 추가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예상대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중국 상무부는 30일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입장문에서 “이번 결론에 대해 동의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며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메커니즘에 따라 이에 대해 제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린젠(林劍)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형적인 무역보호주의 행위로 중국과 EU 간 산업망·공급망 협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은 EU 측이 유럽 내 중국 전기차 판매가격과 관련해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도 주목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현재 양측 협상팀은 새로운 단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EU 측이 건설적인 태도로 협력하고 ‘실용주의 및 균형’ 원칙을 지켜 양측이 서로 핵심 관심사를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줄곧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무역분쟁 해결을 주장해왔으며,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다양한 보복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추가 관세에 찬성한 EU 국가에 대한 투자 중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에는 EU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를, 8월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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