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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살리고 떠난 9·10살 자녀 둔 엄마…“아이들이 자랑스러워했으면”

입력 : 2024-11-01 12:56:25 수정 : 2024-11-01 12: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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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6명 살린 영웅”…9·10살 자녀 둔 30대母, 장기기증하고 결국 하늘로

집에서 갑자기 쓰러진 뒤 뇌사 상태에 빠진 한 30대 여성이 삶의 마지막에 뇌사 장기기증 약속을 실천해 6명을 살리고 떠났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난 이근선(오른쪽 두 번째)씨와 이씨 가족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5일 뇌사 상태였던 故 이근선(38)씨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안구를 6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달 1일 집에서 쓰러진 후 자녀에게 발견돼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 모두 2006년 기증희망등록 신청을 통해 생명나눔을 약속한 바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남겨두고 떠난 9·10살 두 자녀들에게 엄마가 다른 누군가의 몸 속에 살아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고인이 한 줌의 재로 떠나기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다른 이를 통해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경기 화성시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난 고인은 웃음이 많고 밝았다.

 

젊은 시절 클래식을 작곡했고 피아노 강사로도 활동했다. 시간이 나면 미술 전시나 공연 관람을 즐기곤 했다. 고인은 2014년 1월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2024년 4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인이 병상에 누워있을 때 딸이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천국으로 가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했다”고 답해줬다고 한다.

 

이 씨의 남편 김희수 씨는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고, 다시 만나러 갈 때까지 기다려달라"면서 "그때까지 애들과 행복하게 잘 지낼게.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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