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뇌물사건 수사 중 피의자에게 수사자료를 유출한 전직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다섯 번째 사건이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는 검사 출신 박모 변호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전날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박 변호사는 2019년 서울중앙지검 검사로 군납업체 비리 사건을 수사하며 자신의 검사실에서 이 사건의 제보자이자 뇌물공여 공범인 A씨가 수사 자료 사진 수십장을 촬영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9년 11월7일 이 사건 관련 압수물인 자필 메모를 촬영하고 같은 해 12월4일엔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금융거래정보를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촬영한 자필 메모와 금융거래정보는 다른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검찰이 확보한 자료로, 민감한 개인정보 등도 포함돼 있었다.
A씨는 8일에 걸쳐 총 171장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알려졌는데, 공수처는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박 변호사가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이틀치 촬영분에 대해서만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수사에 필요한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A씨가 사진을 찍게 해줬다’는 취지로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9월12일 박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수처가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부분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소시효는 5년인데, 공소시효(11월6일)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수처는 사건을 이첩받은 후 검찰 수사관과 피압수자 등 참고인들을 조사했고, 박 변호사를 상대로 두 차례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공소시효가 임박해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명확해져야 공수처로 이첩할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는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박 변호사와 함께 일했던 검찰 수사관이 범행에 가담했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 중이다.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해 직접 기소한 건 2021년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 손준성 검사장 ‘고발 사주’ 사건, 윤모 전 검사 고소장 위조 사건, 김모 경무관 뇌물 수수 사건을 기소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간간부로 일하다 지난 6월 일선 지검으로 전보됐고, 이후 검찰을 떠나 중소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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