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쇄신 담긴 후속책 필요
보수 공멸·기사회생 기로 될 것”
단상 발언 대신 의자에 앉아 질의응답
정책 성과 아닌 ‘明·金 논란’ 입장 밝힐 듯
전문가 “국민들 생각 그대로 인정하고
공천개입 논란 책임감 느끼고 사과해야
사과는 조금이고 해명 많이 하면 변명
尹이 먼저 특검 주장하는 충격 조치를”
한동훈, 5·6선 중진의원들과 간담회
“대통령 너무 압박 안 돼” “국민만 보고”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 여권의 명운이 달렸다. 임기 반환점(11월10일)을 사흘 앞둔 7일 열릴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이 보수 진영의 운명을 가를 중대 고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대 지지율 ‘마지노선’에 선 윤 대통령도 이를 고려해 그동안의 회견 방식에서 탈피한 ‘끝장 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기자회견은 앞선 회견들과 달리 집무실에서 했던 20∼40분의 모두발언 대신 처음부터 브리핑룸 의자에 앉아 현안에 대해 핵심을 이야기하고 바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발언도 15분 내외로 핵심 현안에 대한 입장을 주로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에 대한 성과 언급 대신 국민이 가장 큰 의문을 갖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김건희 여사 논란 등에 대해 바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질의응답도 기존처럼 단상에 서서 발언하는 대신 준비된 의자에 앉아 기자들과 문답을 이어갈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원 춘천에서 열린 지방자치 행사 일정을 마친 뒤 서울로 돌아와 참모들과 리허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 중진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하며 대통령실의 변화와 쇄신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회견이 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진솔한 사과 △쇄신책이 담긴 후속조치 △‘자화자찬’을 뺀 솔직한 답변을 성공의 열쇠로 꼽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국민이 잘 몰라서 그렇지, 성과가 많다든지, 명태균 의혹도 별거 아니라는 식의 접근으로 회견에 임하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이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첫 번째”라며 “호감도를 높이겠다는 접근보다 비호감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과는 간단하고 직접 해야 한다”며 “자칫 사과는 조금하고, 해명을 많이 하면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민주당이 상설특검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 말고 대통령이 먼저 특검을 주장하는 수준의 충격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며 “그 정도는 돼야 국민이 처음 윤 대통령에게 품었던 기대와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도 “앞선 기자회견처럼 ‘오해가 있었고, 정치적 공격이 많았다’는 식의 해명 후 ‘정책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방식이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직격했다. 그는 “명태균 논란에선 여당 공천 개입 여부를 떠나 이런 논란이 벌어지게 된 상황 자체를 방치한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여사 관련 조치는 국민이 ‘이 정도면 됐다’라고 할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회견에 제한 시간을 정하지 말고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더는 나오지 않을 때까지 2시간이건, 3시간이건 다 털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미국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 반대 의사를 표명한 민주당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법 도청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당시 도청도 문제였지만 결국 정부가 무너진 건 ‘거짓말’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여사 건과 관련해 법률가처럼 답변해선 안 된다. 오히려 특검을 먼저 받겠다고 하되 여당이 발의해 떳떳하게 털고 가겠다는 대범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은 일상적인 기자회견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보여준 해명과 방어적 태도로는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당선인 시절이나 임기 초기와 달리 지금은 대통령의 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크게 약화된 상태”라며 “기존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겸허한 반성과 성찰이 담긴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민희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가 수장이자 논란의 당사자로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솔한 해명과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기자회견 한 번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기자회견이 윤석열정부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후반기 반등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현재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민이 가장 안 좋게 평가하는 게 인사”라며 “이번 기자회견이 실패할 경우 정권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5·6선 의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공지를 내고 “이 자리에서 ‘내일(7일)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향후 당대표와 5·6선 중진 의원들은 오늘과 같은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진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을 너무 압박해선 안 된다”는 의견과 “용산(대통령실)이 아닌 국민만 보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등 계파에 따른 온도 차가 감지됐다.
친윤(친윤석열)계 5선 권영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기자회견이 잘 돼서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얘기를 나눴다”면서 “어쨌든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쇄신이라든지 개혁안을 만들어서 시행하는 게 필요하단 얘기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비한(비한동훈)계로 불리는 5선 나경원 의원은 간담회 이후 페이스북에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기다려야 할 때”라며 “제언으로 포장되는 압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 6선 조경태 의원은 “우려와 기대를 함께 하는 자리였다”면서 “개인적으로 (인적 쇄신을) 대폭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원들도 계시지만 그건 현재 민심과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