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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없는 동물원’의 저자 김정호 수의사가 일하는 청주동물원에는 코끼리만 없는 것이 아니다. 기린도 없고 오랑우탄도 없다. 그리고 거북이 만지기, 뱀을 목에 걸어보기와 같은 동물체험도 없다.

 

반면, 이곳에서는 다른 동물원에서 방치되어 ‘갈비뼈 사자’로 불리던 ‘바람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거닌다. 사육곰의 처지로 좁은 철창에 갇혀 있다 구조된 반달가슴곰 ‘반이’, ‘달이’, ‘들이’는 해먹을 타고 논다. 외로움에 멍하게 있던 얼룩말 ‘하니’에게는 미니말 ‘동백이’, ‘향미’라는 친구가 생겼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새들의 공간은 드넓고 평화롭다. 새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관람객은 전망대에서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한다. 공중에는 스라소니가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생태통로가 설치되어 있다. 스라소니는 통로에 앉아서 아래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걸 즐기는 것 같았는데, 밑에서 스라소니의 폭신한 배를 올려다보는 것도 꽤 즐거웠다.

청주동물원은 동물들의 복지가 충족될 수 있도록 무던히 고민하고 연구한다. 이곳에서는 동물‘사육사’ 아닌 동물‘복지사’가 동물들의 불편함이 없는지 세심히 들여다보며, 동물들이 더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계속 설계 중이다. 향후에는 동물들의 건강검진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별도 공간을 짓는다고 한다. 일반인도 그 장면을 볼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이처럼 청주동물원은 그 환경과 운영 방식이 동물의 안위와 복지에 초점을 두고 있고, ‘동물원’의 기능과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간은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청주동물원은 올해 5월 환경부로부터 국내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기쁘지만, 아직도 많은 곳에서 동물들이 단순히 ‘전시’를 위해 갇혀, 기본적인 복지와 습성이 무시된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 다른 동물원, 수족관들도 청주동물원과 같이 동물에게 더욱 편안한 환경, 인간에게 바람직한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박주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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