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는 지금 위기 상황이다.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느냐고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전두환정부의 주도로 1982년 프로야구가, 1983년에는 프로축구가 탄생했다.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국민 소득 수준 상황으로는 자연 발생적으로 프로리그가 생기기 어려웠지만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을 받아들였다. 기업이 홍보의 수단으로 프로스포츠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과는 다른 프로스포츠의 출발이었다.
반면에 1990년대 이후 출범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프로당구 등은 앞서 기술한 선진국형으로 태어났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그리고 국내 아마추어 대회에서 스타가 탄생하고, 실업팀 스카우트 경쟁이 생겼다. 스카우트를 위해 계약금이 과다하게 늘어나니 “차라리 프로화가 더 낫다”는 여론이 생겼고 결국 이들 종목은 비용을 줄이고 흥행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야구와 축구를 모델 삼아 프로화한 것이다.
우리 스포츠는 이렇게 1980년대 초 정부 주도형 스포츠에서 자본주의형 스포츠로 전환하고 있는 모범적인 스타일로 발전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보음이 들린다. 스포츠 발전에는 미디어의 역할이 지대하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언론이 무너지고 있으니 위기인 것이다.
최근 한 중앙언론사의 체육부장을 지낸 후배와 통화를 했다. 부장 보직을 마치고 다시 체육부 선임기자로 왔다기에 “무슨 종목을 담당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부장을 빼면 기자가 3∼4명뿐인데 담당이 어디 있냐”면서 “그냥 출근한 사람이 담당”이라고 했다. 최근 2∼3년 대부분 중앙일간지 체육부가 문화부와 통합했고, 지면도 1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심지어 프로야구 야간경기는 마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앙언론사 체육부의 인력 배치가 이 정도였던 것은 1980년대 이전의 상황이다.
프로스포츠 태동 이후 잘나갔던 스포츠지의 상황은 더하다. 한때 하루 100만부를 찍어냈던 스포츠서울은 편집국장을 포함해 체육부 기자가 단 2명뿐이라고 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간스포츠도 지금은 10여명의 체육기자뿐이다. 1990년대만 해도 스포츠지에서는 40명 이상의 스포츠기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장현구 연합뉴스 체육부장은 “현재 체육부는 한 명이 줄어 14명”이라면서 “1990년대에 가장 많았을 때는 18명이었다”고 했다. 연합뉴스의 상황은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너무나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정반대로 점점 고사하고 있다.
스포츠 뉴스가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위기 상황을 체육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곳에서는 인지하고 있는지.
성백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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