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근무해 그런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지인들로부터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이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듣자 하니 제법 많은 직장인이 ‘트럼프냐, 해리스냐’를 놓고 내기(베팅)도 했던 모양이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처럼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니 그랬을 것이다.
월드컵이나 노벨문학상 같은 국제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우승국 또는 수상자를 점치는 베팅 사이트들이 세계인의 이목을 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앞서 유명 베팅 사이트들은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은 8강에서 탈락했고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달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어느 유력 베팅 사이트는 호주와 중국 작가를 각각 1, 2위 후보로 올렸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후보군 20여명에도 없던 한국 소설가 한강 작가의 이름이 호명됐다.
미 대선이 다가오며 베팅 사이트들은 거의 다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략 6대 4 비율로 트럼프의 우세를 예상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 이코노미스트 등 통상 ‘주류 언론’으로 불리는 유력 매체들은 선거일이 임박해지자 해리스의 선전을 부각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투표 당일인 5일 “막판 여론 조사결과를 검토해보니 해리스가 이길 가능성이 56%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정밀한 분석을 거친 것인지, 아니면 매체의 희망 사항을 반영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개표 결과 트럼프가 손쉽게 압승을 거두며 주류 언론은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2016년 주류 언론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당선을 장담했으나 승자는 트럼프였다. 2020년의 경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것’이란 예상은 맞았으나, 바이든과 트럼프의 표 차이는 주류 언론의 추정치보다 훨씬 작았다. 대선에서 3번 연속 엉터리 예측을 내놓은 주류 언론으로선 망신살이 뻗친 셈이다. 그간 자신에게 비판적인 주류 언론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비방해 온 트럼프에게 힘만 실어주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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