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시차를 두고 백악관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미·중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중국이 ‘복합적 위협’이라며 집권 1기 시절의 무역전쟁을 뛰어넘는 고율관세 부과를 공언한 상태라 양국 간 무역분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 미국과 마찰을 빚어온 대만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모호한 입장과 향후 미국이 대만을 대(對)중국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 등이 변수로 꼽힌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접촉에 나설 경우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월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한 직후 “그들(중국)이 우리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동차마다 약 100%에서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국산 수입품 전반에 10∼20% 관세,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 고율 관세 부과를 공언한 상태다. 그런 만큼 트럼프 1기 때 무역 전쟁 이상으로 미·중 관계가 통상 영역을 중심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중국 때리기’는 더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넘어 통상 관계 단절 또는 이를 위협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1980년 이후 중국에 부여한 최혜국대우(MFN) 지위와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철회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선별적 기술 통제 정책인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를 넘는 광범위한 기술 통제(big yard, high fence)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2기를 맞이해야 하는 중국 상황은 4년 전과 다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트럼프 당선인의 지난 임기 당시인 2017년 6.8%, 2018년 6.7%를 기록하다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2019년 6.0%로 꺾였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장률은 2022년 3.0%까지 떨어졌고, 작년 5.2%를 달성했으나 올해는 3분기까지 4.8%에 머물고 있다. 취약해진 경제 상황에서 미국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첨단 기술 영역이 경쟁 핵심으로 떠오른 점은 4년 전과 다른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중국 기업들은 자체 개발과 우회 무역으로 첨단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 통제를 뚫고 있고, 당국의 집중 육성 속에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분야는 서방 진영의 견제 대상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등 대부분 첨단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지만, 자국 내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은 중국 기업은 내수 시장과 보조금 등에 힘입어 세계 경쟁력을 갖추는 사례를 하나씩 축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뿐 아니라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을 향해서도 관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이 그동안 중국 견제 대열에 섰던 유럽·아시아 등 국가들과 개별 접촉에 나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규정해온 대만 문제 역시 트럼프 2기 미·중 관계의 주요 변수다. 바이든 정부는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이라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확대하고, ‘칩4’(한국·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협력 체제)를 추진하는 등 대만을 중국 견제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중국은 미국 주요 인사의 대만 방문 등을 이유로 '대만 포위' 훈련을 감행하며 무력 통일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을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태도는 다소 모호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봉쇄를 하지 않도록 어떻게 설득할지를 묻자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시 주석)이 대만에 들어가면 나는 당신에게 세금을 매길 것이다. 관세를 150∼200% 부과한다는 뜻”이라며 동문서답을 내놨다. 블룸버그통신은 대선을 며칠 앞두고 "트럼프는 미국의 대만 방위 약속에 회의감을 표해왔고, 이는 그가 중국과의 긴장 고조에 직면할 경우 대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트럼프 2기에서는 미국이 향후 대만을 대중국 협상카드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기 집권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 만난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임기에는 어떤 대북 접근법을 채택할지, 이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도 관심거리다. 국제 사회에서 대북 제재 영향력이 급감한 탓에 북·미 대화가 열리려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북러 밀착 국면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쌍궤병진’(雙軌竝進·비핵화와 북미평화협정 동시 추진)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대북 영향력 유지·확대 차원에서 개입을 원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대화에 나설 경우 이를 위한 미·중 간 소통·협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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