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 (2022년 5월9일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 통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를 8일과 9일 소환조사하며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윤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규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통화 당시 당선인 신분인 윤 대통령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을지, 윤 대통령이 구체적인 선거 관여 금지 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은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치러진 국민의힘 재보궐선거 공천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이 2022년 5월9일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고 말한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통화 다음날인 10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국민의힘은 경남 창원 의창 보궐선거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당선인’ 때 통화…취임 날 공천
가장 큰 쟁점은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할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단 것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1일 “(2022년) 5월9일 통화는 대통령이 민간인인 당선인 시절이었다”며 “공무원 직위에 없던 시점에서의 워딩으로 문제가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는데 당선인은 공무원에 해당하지 않아 정치적 중립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 받은 날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공무원 신분이 된 후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안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한 부장검사는 “(통화 시점에) 행정적으로 공무원 신분은 아니었지만, (김 전 의원이) 공천 된 날은 취임 당일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그때까지 영향력을 미쳤다는 주장도 가능해보인다”며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 표명 넘어 ‘선거개입’했나
윤 대통령이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공직선거법 구체적인 ‘선거개입’ 행위를 했는지 여부도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대 총선에 앞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을 확정 받았는데, 이른바 ‘친박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약 120차례 실시하고 당에 ‘친박 리스트’ 등을 전달하는 등 선거운동 기획행위를 했다는 점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윤덕근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단순히 누구를 공천해 달라는 정도로 요청했던 게 아니라 실제로 특정 인사들을 공천받게 하기 위해 선거기획을 한 것으로 인정됐다”며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개입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 그 규정에 위반할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당선인 신분으로서 (공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의견 제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의힘의 기존 공천 시스템이 어떻고, 관행적으로 당선인이 어느 정도의 의사 표시를 해왔는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천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추정되는 의사에 반하는 것인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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