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물맞이 치유의 숲 청춘공동체정원 가을꽃 만발/물·향기·바람 즐기며 심신 치유 인기/가을비 내리는 목우암 고즈넉한 가을 정취 가득/15∼17일 남악중앙공원 일대서 YD페스티벌 열려
꽃길 걷는다. 노랑 마리골드, 보라 펜타스, 주황 백일홍, 하양 천일홍 등 가을꽃 지천으로 깔린 동화 같은 정원을. 높고 푸른 가을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 그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이는 저수지의 윤슬.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폐 속 깊숙하게 전달되는 울창한 숲의 피톤치드까지. 무안 물맞이 치유의 숲으로 들어서자 싱그러운 자연은 가슴 한편에 오래 자리 잡은 아련한 상처까지 어루만지며 마음에 고요한 힐링을 선사한다.
◆가을꽃 만발한 치유의 숲 걸어볼까
낙지와 양파로 유명한 전남 무안이 요즘 힐링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 3월 무안군 무안읍에 문을 연 무안 물맞이 치유의 숲 덕분이다. 물, 향기, 바람을 테마로 꾸몄다. 고즈넉한 숲을 거닐고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면역력을 높여 훨씬 더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바쁜 일상에 나를 돌아볼 겨를조차 없어 심신이 힘들어진 이들이 치유의 숲을 찾는 이유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청춘공동체정원이 여행자를 맞는다. 토레니아, 펜타스, 콜레우스, 가우라, 숙근샐비어, 바늘꽃 등 평소 만나기 어려운 예쁜 가을꽃들이 화사하게 핀 정원이 광활하게 펼쳐져 탄성이 쏟아진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피부로 받아들이며 꽃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우울하던 마음이 금세 화사해지고 축 처진 어깨도 활짝 펴지며 날개를 단 듯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꽃밭을 가꾸는 정인숙 정원사는 “얼마 전 팬지, 비올라, 꽃배추를 심었고 테두리를 회양목으로 꾸몄는데 겨울에도 잘 자라는 남부 수종이라 내년 4월까지도 화사한 꽃을 즐길 수 있다”며 “봄에는 금어초와 작약, 가을에는 구절초가 흐드러지는 등 20∼30종 꽃을 일 년 내내 볼 수 있어 방문객에게 큰 힐링을 선사한다”고 귀띔한다. 꽃양귀비, 수레국화, 샤스타데이지도 최근 파종했는데 내년 5월쯤 필 예정이라 더 화사한 꽃밭으로 변신할 것 같다. 꽃밭은 대곡저수지로 이어진다. 저수지 인근에는 수국 6000본이 자라고 맥문동, 자수정도 즐길 수 있다.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수지 수면을 가만히 바라보면 그늘진 마음도 어느덧 영롱한 햇살로 가득 채워진다.
대곡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정자로 이어지는 무장애나눔길은 2㎞ 거리다. 정자에선 전망대를 지나 치유의 숲을 크게 도는 전망의숲길(2.5㎞)이 시작된다. 또 물맞이 폭포로 연결되는 물맞이숲길(1.16㎞), 치유센터 앞 계곡을 거니는 향기맞이숲길(1.31㎞), 바람맞이숲길(1.02㎞), 감성의숲길(0.35㎞) 등 6개 코스로 꾸며져 숲길이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또 연징산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호남의 젖줄 영산강이 굽이쳐 흐르고 서쪽으로 해제반도와 갯벌 습지 보호구역의 너른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이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숲은 먼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비자나무, 사스레피나무, 소나무, 잣나무, 삼나무 등 24종 2000여그루가 울창해 사계절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물맞이 치유의 숲은 치유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치유테라피실이 인기가 높다. 몸과 마음에 집중과 안정을 주는 싱잉볼 명상 세러피를 하는 공간이다. 편안하게 앉아 눈을 감고 명상 세러피 지도사의 손끝에서 들려오는 싱잉볼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시간이 흐르자 주변에 아무도 없는 깊은 숲속에 나 홀로 서 있는 듯하다. 그리고 멀리서 아련하게 들려오는 산사의 은은한 종소리 같은 싱잉볼 연주는 그동안 외면했던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뭐가 급해 그리 바쁘게 살았을까. 이제는 좀 더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네 가지 산림치유프로그램은 10명 내외로 120분 동안 진행된다. ‘숲&필링’은 마음 열기 레크리에이션, 숲길 오감체험, 숲속 거울보기, 마음 이완 밧줄놀이, 다담 나누기로 진행되고 ‘숲&리프레쉬’는 건강측정, 짝꿍 스트레칭과 바른 걷기, 몸과 마음의 균형잡기, 숲 멍 때리기, 숲속 명상, 아로마 마사지로 꾸며진다. ‘숲&워킹’은 숲길 산책과 스트레칭, 맨발걷기, 싱잉볼 걷기 명상, 기운 채움 자연치유 호흡명상, 아로마 마사지를 체험하고 ‘숲&힐링’은 싱잉볼 이완세러피, 온열기 이용 및 차 마시기, 티백 차 만들기로 진행된다. 치유의 숲 산책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치유프로그램은 올해까지 무료이며 미리 예약해야 한다. 화∼일요일 오전과 오후 하루 2회 진행되며 무안군 홈페이지나 전화, 네이버플레이스로 예약하면 된다.
◆가을비 내리는 목우암을 걷다
맛있는 음식도 몸과 마음의 회복을 돕는다. 특히 무안에 왔으니 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게르마늄이 풍부한 청정 황토갯벌에서 서식하는 무안갯벌낙지는 다리가 길고 부드러워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특히 피로 회복과 시력, 간 기능 강화에 탁월하고 철분 함량이 높은 스태미나 음식이다. 1997년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무안읍 영산로 노포 ‘무안애꽃 낙지한정식’으로 들어서자 무안 별미 낙지를 즐기려는 이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잘 익은 달콤한 무화과와 산뜻한 유자 드레싱을 얹은 샐러드를 시작으로 푸짐한 코스가 차려진다. 낙지떡갈비 맛이 뛰어나다. 기름기 졸졸 흐르는 떡갈비는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아주 촉촉해 씹을 것도 없이 사라진다. 잘 다진 소고기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낙지가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낙지파전도 인기 메뉴. 신선한 파와 미나리를 넣어 얇고 바삭하게 구웠는데 무안황토 고구마 생막걸리를 곁들이면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든든하게 먹고 영산강 유람에 나선다. 몽탄포구 식영정으로 올라서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다. 임연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고 토론하기 위해 지은 정자로 빼어난 풍광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시인묵객이 식영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가 전해지는 시만 28명 92편에 달할 정도다. 500살을 훌쩍 넘은 둘레 3.2m 푸조나무와 둘레 3.4m 팽나무가 정자를 둘러싸고 있어 가을 낭만을 더한다. 식영정 인근 몽탄포구는 가을이면 강변에 끝도 없이 펼쳐지는 코스모스가 장관이다. 10월 들어서 피기 시작한 코스모스는 한 달 넘게 순정만화 같은 풍경을 선사하고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듯, 꽃잎이 많이 떨어졌다. 코스모스가 지면 계절은 더 스산한 만추로 접어들겠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몽탄면 달산리 목우암으로 발길을 옮긴다.
목우암은 아주 작은 사찰로 찾는 이가 많지 않아 고요한 사색을 즐기기 좋다. 맑던 날씨는 오후로 접어들자 어두워지더니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펼쳐드니 “투닥투탁” 떨어지는 빗방울이 소리가 깊어가는 가을로 잡아 이끈다. 언덕에 자리 잡은 목우암은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에 서역 금지국 승려 정명이 세운 암자다. 제자 500명이 도를 깨달아 주변 산 이름도 ‘승달산’이라 부르게 됐다.
◆무안 YD페스티벌 신나게 즐겨볼까
무안의 가을은 11월이면 젊은 열기로 가득 찬다. 무안 YD페스티벌 덕분이다. 올해도 ‘용처럼 비상하라! 청년도시 무안!’을 주제로 YD페스티벌이 15∼17일 남악중앙공원 일대에서 진행된다. 유명가수 초청 콘서트와 청년들이 참여하는 경연, 4차산업 체험관과 청년포차 등이 마련된다.
17일 개막 퍼레이드 및 플래시몹 행사에는 지역단체, 동아리 등 주민이 참여해 문화공연과 퍼포먼스를 펼친다. 18일엔 레트로댄스 챌린지, 스트리트댄스 경연대회, 청춘가요제가 열려 열기를 더한다. 18∼19일 EDM파티가 마련되며 17일과 19일에는 드론라이트쇼가 무안의 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다양한 버스킹도 수시로 진행된다. 또 로컬푸드 직거래장터, 요리 체험, 3대 3 길거리농구대회, VR방탈출, 휴머노이드 로봇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려 무안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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