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으로 차출되면 가슴이 돌덩이로 눌리는 것 같아요. 이걸 또 해야 하나 싶어 잠을 설쳤어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 7일 오전 '수능 감독 교원 업무·처우 개선 요구서'를 교육부에 전달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시험 관련 분쟁과 민원으로부터 감독 교원을 확실히 보호하는 법‧재정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4학년도 수능시험에서도 한 수험생이 부정행위로 적발돼 학부모가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가 1인 시위를 하고 파면을 요구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며 "감독 교원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민원과 소송을 교사가 아니라 교육청 차원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 교원의 신변이 또다시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철저한 보안대책이 마련해야 한다"며 "수능이 '대학 입학'을 위한 시험인 만큼 교직원 등 대학이 감독 업무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감독관으로 지정된 교사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수능은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N수생' 증가로 응시생 수 자체가 늘면서 감독관 업무가 예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능 감독관 수는 작년(7만7133명)보다 줄어든 6만9440명이다.
시험실 감독관 6만813명, 대기실 감독관 2280명, 복도 감독관 6347명 등이다.
반면 올해 수능 지원자는 52만2670명으로 작년보다 3.6% 늘었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탓에 줄였던 시험실 응시인원 기준을 한 반 당 24명에서 28명으로 늘리면서 감독관 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감독관 1명이 관리해야 할 수험생 수가 늘었지만, 시험 감독관(책임자급 제외)의 수당은 17만원으로 작년 수준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감독관은 대부분 서 있어야 하는 데다가 쉬는 시간도 충분하지 않는 등 업무 강도가 높다.
시험장에 감독관을 위한 의자가 있긴 하지만 고사장에 따라 없는 곳도 있다. 또 교실이 좁고 소음이 생길까 봐 의자에 앉기도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수능 감독관은 중·고등학교 교사가 맡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학교에서는 감독관에 지원하는 교사가 없어 저연차 순으로 차출된다고 한다.
성민진 중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부동자세로 너무 오래 서 있어야 하고 쉬는 시간도 부족해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며 "돌아가며 의자에 앉으라고는 하지만 눈치가 보여 보통 서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성 실장은 "수능 당일에만 일하는 게 아니라 전날 예비 소집도 가야해 사실상 이틀 근무"라고 했다.
한 번의 실수로 거액의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어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백승아 의원실이 최근 5년간(2019∼2024년) 수능 감독관에 대한 국가 상대 소송 현황 자료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기간 감독관 실수에 대해 5건의 민사 소송이 제기됐다.
모두 타종(打鐘) 사고였으며, 3건은 국가와 감독관이 수험생 측에 각각 최대 700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시험감독관 보호를 위해 배상책임보험에 가입 중이며, 올해부터 보상 및 보장범위를 건당 최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로 찾아와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어 감독관 지원을 더욱 꺼린다"며 "실수라도 해서 소송에 휘말릴까 무섭고, 정부에서 소송을 지원하더라도 법적 문제로 얽히는 것 자체가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백 의원은 "공정하고 안정적인 수능 운영과 감독을 위해 감독관의 열악한 여건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며 "당국은 처우를 개선해 안정적인 수능 운영에 온 힘을 쏟아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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